빈 라덴, 생애 마지막 흔적…미국인들에게 “오바마 도와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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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생애 말기에 기후변화 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빈 라덴은 이슬람 성전에 사용하라며 2900만 달러(약 356억 원)의 사재를 남긴 사실도 밝혀졌다.

미국 정부는 2011년 5월 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빈 라덴을 사살할 때 압수한 수천 건의 자료 중 112건을 1일 공개했다. 대부분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빈 라덴의 자필로 쓴 편지와 서류다.

‘미국인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에는 “오바마가 인류의 운명을 위협하는 해로운 (온실)가스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미국인들이) 그를 도와줘야 한다”는 대목이 적혀 있다. 빈 라덴은 측근들에게 9·11 테러 10주년을 맞아 미디어 캠페인에 착수할 것을 지시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 라덴의 유언장도 함께 공개됐다. 그는 유언장에서 “형제들로부터 받은 1200만 달러를 포함해 수단에 2900만 달러(약 356억 원)의 사재가 있으니 내가 죽으면 지하드와 알라를 위해 쓰라”고 지시했다. 미 정보당국은 유언장에서 언급된 2900만 달러가 어디에 있는지, 또 그가 사살되던 2011년엔 얼마나 남았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신변 안전 문제로 초조해하던 빈 라덴의 속마음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는 자신의 부인 중 한 명이 치아 치료를 위해 이란을 자주 방문하자 미국이 부인의 치아에 추적 칩을 심을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는 “(추적)칩 크기는 밀알만 하고 폭은 버미첼리(가느다란 이탈리아식 국수) 작은 한 토막만 하다”고 적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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