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헬조선, 남 얘기가 아니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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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보도에 뜨거운 관심… “샌더스를 한국에 보내자” 댓글도

“꼭 미국 같다. 꿈은 죽었고 부자들이 모든 걸 차지했다.”

“워싱턴에 사는 나도 매일 14시간씩 일한다. 추가 수당은 물론이고 휴가마저 없다.”

지난달 31일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헬조선(Hell Joseon)에서 탈출 꿈꾸는 한국 청년들’ 기사는 3일 새벽까지 온라인판 세계 섹션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 1위였다.

기사는 “유교적 계급 질서로 운명이 갈리는 ‘조선왕조’에 한국 사회를 빗댄 것”이라고 ‘헬조선’ 현상을 소개했다. ‘금수저 흙수저론’에 대해선 “회사에서 먹고 씻고 잠까지 자도 고용 불안, 저소득 등 불안정한 삶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자조가 담긴 농담”이라고 보도했다. “노력만이 답이라는 부모 세대의 고정관념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한다”는 한국 청년들의 목소리도 전했다.

기사에 댓글이 210개 넘게 달렸다. 돈과 배경이 없어 노예처럼 일한다는 글이 많았다. 누리꾼들은 “자본주의 수혜자는 상위 1%에 불과하다” “금수저들은 기부할 돈으로 월급이나 올려 달라”며 분노했다.

자본주의를 둘러싼 설전도 있었다. “고삐 풀린 자본주의의 달콤함이란!”, “인구 과밀이 문제다. 노동자 통제가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앨라배마 주의 한국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던데, 한국은 노조가 없느냐”며 한국 실정을 모르는 엉뚱한 질문도 있었다. 또 “(노동자 편인)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를 한국에 보내자”는 우스갯소리도 했다.

“언제나 돈이 모든 걸 지배해 왔다”며 체념하는 글도 올랐고, “환경 탓은 소용없다. 노력해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며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복에 겨운 소리 하네”라거나 “북한에 가면 되겠다”며 조롱하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미국인#헬조선#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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