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처럼 도심서 ‘소프트타깃’ 테러… 서구상징 스타벅스 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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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자카르타서 연쇄테러
호텔 쇼핑몰 외교공관 밀집지역서 3차례 자폭… 경찰과 총격전
민간인 2명 테러범 5명 숨져… 印尼, 軍-경찰 15만 동원 경계 강화
현지언론 “최소 14명 테러 가담”

14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는 여러 면에서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일어난 이슬람국가(IS)의 테러와 유사하다. 도심 번화가에서 일반인과 관광객 등을 겨냥한 전형적인 ‘소프트 타깃(민간인 등 방어 능력이 없는 공격 대상)’ 테러다. 무장 괴한들은 대담하게도 대낮에 서구 자본주의의 상징인 스타벅스 커피숍을 노렸다.

외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첫 폭발은 오전 10시 50분 탐린로 스카이라인빌딩 1층 스타벅스 앞 야외 주차장에서 일어났다. 첫 폭발 이후 10분 동안 이 일대에서 추가 폭발이 5차례 이상 더 이어졌다. 스타벅스 인근에서만 세 차례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범들은 인근 교통경찰 초소에도 폭탄을 투척했다.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멘 테러범 2명은 폭발 현장에 사람들이 몰리자 몸을 숨기고 상황을 지켜보는 여유를 부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건을 수습하던 경찰과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들에게 총을 쐈다. 경찰은 배에 총을 맞았고 시민도 총격을 받아 땅에 쓰러졌다. 이후 한 테러범은 경찰 초소 앞에서 남성 행인 1명을 잡고 인질극을 벌이기도 했다.

인근 은행 보안요원인 트리 세란토 씨는 AP통신에 “3명이 스타벅스에 들어가 자살 폭탄을 터뜨리는 것을 목격했다. (자살 테러범은) 체구가 작고 외국인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로이터통신 사진기자는 “스타벅스 유리창이 깨졌고 길거리에는 3명이 숨진 채 누워 있었다. 경찰들은 건물 지붕에 올라가 용의자들을 총으로 쐈다”고 증언했다.

스카이라인빌딩 일대는 대통령궁 유엔사무소 쇼핑몰 외교공관 호텔 등이 밀집된 지역이고 미국 대사관과 불과 1km 떨어져 있다. 자살 폭탄 테러로 공포감을 조성한 테러범들은 이어 산발적으로 흩어져 쇼핑몰, 빌딩 등에 숨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스카이라인빌딩 일대를 차단하고 테러범들을 뒤쫓았다. 경찰만 현장에 500여 명이 배치됐다.

첫 폭발 발생 약 1시간 뒤인 낮 12시부터 경찰과 테러범들 사이의 총격전이 시작됐다. 테러범 중 일부는 오토바이를 타고 경찰에 수류탄을 던졌다. 스카이라인 내 영화관에서도 총성이 들렸다. 테러범 2명은 스카이라인빌딩 인근 사리나 쇼핑몰에서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총격전은 2시간 이상 이어졌고 테러범 중 일부는 도주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사건 발생 5시간 만인 오후 4시경 상황을 모두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으로 인도네시아인 1명과 캐나다인 1명 등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고 테러범 5명도 사살 등으로 숨졌다. 유엔환경기구에서 근무하는 네덜란드인 1명 등 20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경찰과 군 병력 등 15만 명을 동원해 경계 태세를 대폭 강화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현지 메트로 TV에 출연해 “국가와 국민들이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이 같은 테러 행위에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 주재 외교공관들은 자국민들에게 테러주의보를 발령했다.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관은 현지 체류 미국인들에게 ‘사리나 쇼핑몰 일대를 피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대사관도 자국민들에게 이동 자제를 당부했다. 스타벅스는 “자카르타의 모든 지점을 임시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슬람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일으킨 테러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지난해 12월 IS 대원 등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 음모를 적발하고 용의자 9명을 체포했다.

안톤 차를리얀 경찰청 대변인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IS가 ‘인도네시아가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란 위협을 해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인 500∼700명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출국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귀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유종 pen@donga.com·이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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