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돌풍에… 30년 아성 와르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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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총선 신생 2개 정당 약진, 양당체제 붕괴… 4당 체제로

20일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신생 정당들이 약진하면서 30년 동안 유지됐던 국민당(우파)과 사회당(좌파)의 양당 구도가 무너졌다.

개표 결과 집권 국민당은 총 350석 중 가장 많은 123석을 얻었으나 과반(176석) 의석 확보엔 실패했다. 국민당의 123석은 2011년 총선 당시 186석에 비해 63석이나 적은 수치다. 제1야당인 사회당도 기존 110석에서 90석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극좌 성향의 신생정당 ‘포데모스’는 69석, 우파 성향의 ‘시우다다노스’는 40석을 각각 얻으면서 처음으로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집권당의 잇따른 부패 스캔들과 긴축 조치, 높은 실업률 등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이 신생 정당에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스페인 정치는 1975년 프랑코 총통 사망 이후 30년간 이어진 양당 체제가 붕괴되고 ‘4당 체제’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당수(37)는 20일 지지자들 앞에서 “스페인의 양당 체제는 끝났다”며 “부패와의 싸움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는 2010년 이후 지속돼 온 유로존 위기와 구제금융사태가 낳은 새로운 정치 세력이다. 포데모스(스페인어로 ‘우리는 할 수 있다’란 뜻)는 지난해 1월 창당 4개월 만에 치른 유럽의회 선거에서 8%의 득표율로 5석을 확보하면서 바람을 일으켰다. ‘스페인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불리는 이글레시아스 당수가 이끄는 포데모스는 무분별한 노동자 해고 및 민영화 반대, 교육과 보건의 국영화, 최저 임금 현실화, 기득권층의 부패 일소 등을 내세운 점이 긴축과 생활고에 지친 보통 스페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우다다노스(스페인어로 ‘시민’이란 뜻)는 포데모스의 ‘우파 버전’으로 불린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추진하는 좌파 민족주의에 맞서기 위해 우파가 결집해 만든 정당이기 때문이다. 친기업 노선을 추구한다. 포데모스처럼 부패와 무능에 빠진 기성 정치권에 대한 강력한 개혁을 주장하면서 전국적으로 급속한 지지를 얻었다. 법률가 출신인 알베르트 리베라 시우다다노스 당수(36)는 2006년 카탈루냐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숨길 것이 없다”는 의미로 선거 포스터에 자신의 나체 사진을 실어 화제를 일으켰다.

집권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21일 “여전히 국민당이 제1당”이라며 “연정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총선 결과로 국민당이 친기업 성향의 시우다다노스와의 연합만으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연정협상 정국이 장기간 안갯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당이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 또는 다른 군소 정당과 연합해 집권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국민당과 사회당 모두 연정 구성에 실패한다면 재선거가 불가피해진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스페인#총선#국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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