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대생 강간범 “성폭행은 피해 여성에 더 큰 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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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인도 뉴델리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여대생이 남성 6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과 구타를 당한 뒤 폭행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건의 공범 중 한 명이 “성폭행한 남자들보다 피해 여성의 책임이 더 크다”고 적반하장의 주장을 펴 또 다시 공분을 사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인도 여대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무케시 싱(29)은 BBC와 옥중 인터뷰에서 “여자들이 밤에 외출하다 치한들의 관심을 끌었다면 비난받을 대상은 여자들”이라며 “강간에 대한 책임을 따지면 (원인 제공자인)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크다”고 주장했다.

싱을 포함해 남성 6명은 2012년 12월 16일 저녁 뉴델리에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 귀가하던 여대생 조티 싱 판데이(23)와 그의 남자친구를 자신들의 미니버스로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태웠다. 이어 여대생을 버스 안에서 집단 성폭행하고 쇠몽둥이 등으로 마구 때린 뒤 발가벗긴 상태로 도로에 버리고 달아났다. 피해 여성은 한 시간여 뒤 경찰에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3일 간의 사투 끝에 숨졌다.

싱은 “조티 싱과 그의 남자 친구가 맞서 싸우지 않았다면(성폭행을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면) 무자비한 폭행도 없어 그녀가 2주 후에 폭행 여파로 죽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여대생의 죽음을 ‘사고’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성폭행을 당할 때 그녀는 저항하지 말고 얌전히 몸을 허락해야 했다”며 “그랬다면 사내들은 그녀를 범한 뒤 차에서 내려주고 남자친구만 폭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은 당시 문제의 버스를 몰았으며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명확한 DNA 증거가 있다며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법원은 설사 그가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이들의 행동을 막았어야 한다며 유죄 판단을 뒤집지 않았다.

법원은 “이번 건은 인도의 ‘집합적 양심’에 큰 충격을 줬다”며 집단 강간범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2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가부장제와 여성혐오 문화에 젖어 있는 싱의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싱은 인터뷰에서 “한 손으로는 박수를 칠 수 없다. 조신한 여성은 밤 9시 언저리엔 밖으로 나다니지 않는다”며 “성폭행에 대한 책임은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더 크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또 “남자와 여자는 동등하지 않다. 여자가 할 일은 가사와 집안 돌보기이지 밤에 부적절한 옷차림으로 디스코장과 술집을 어슬렁거리며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다”며 “단지 인도 여성의 20% 정도만 착하다”고 말했다.

싱은 현재 항소한 상태. 그는 만약 자신과 나머지 강간범에 대한 사형 집행이 이뤄지면 잠재적 성폭행 피해 여성들이 더 큰 위험해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에는 성폭행 후 ‘여자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 그냥 두고 떠나자’고 했지만 강간이 사형을 당하는 범죄로 굳어지면 성폭행 뒤 고민 없이 여자들을 살해할 것이다.”

작년 인도 국가범죄기록국(NCRB)의 통계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하루 평균 92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싱의 인터뷰는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BBC4를 통해 방송된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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