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시위하면 프라다가 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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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크는 중국 기업]
명품시장도 中고객이 좌우… 세계 소비 흔드는 ‘유커의 힘’

“춘제(春節·중국 설) 기간이 회계연도에 빠진 점이 실적에 영향을 줬다.”

이탈리아 명품 기업인 프라다그룹이 22일(현지 시간) 발표한 2014년 잠정 실적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아시아에서만 매출이 5%나 줄었다. 프라다 측이 찾은 원인은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을 놓쳤다는 점이다. 프라다의 2014 회계연도(2014년 2월∼2015년 1월)에 유커가 몰리는 음력설이 빠졌고, 홍콩 민주화 시위로 유커들의 명품 쇼핑이 줄었다.

유커가 세계 명품·소매 시장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현재 연간 1억 명 수준인 유커가 3억 명 시대로 바뀌면 또 다른 소비패턴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세계 시장의 지형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발리를 방문한 김연희 씨(29)는 공항 면세점과 쇼핑몰에 달린 음력설 축하 팻말을 보고 깜짝 놀랐다. 태국 방콕에도 중국 설맞이 행사가 이어졌다. 본래 인도네시아와 태국에는 음력설 개념이 없다. 영국 관광청은 최근 자국 내 주요 101개 관광지에 중국어 이름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각국 정부는 유커 유치가 자국 내수 경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본다. 영국 관광청은 씀씀이가 큰 중국인 관광객 22명이 영국에 올 때마다 일자리 한 개가 새로 생긴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유커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1648억 달러(약 182조9280억 원)를 썼다. 자동차나 가전제품까지 모조리 합한 한국의 지난해 통계청 추산 소매판매액 360조 원의 절반 수준이다. HSB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커는 프랑스 명품 내수시장의 40%, 이탈리아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명품 및 유통업체들은 유커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영국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매치스 패션’은 올해 처음으로 중국 춘제맞이 신상품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프랑스의 프랭탕 백화점은 2013년 중국인만을 위한 세금 환급 데스크를 만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달 17일(현지 시간) ‘구치’를 운영하는 케링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은 “유로 약세가 계속돼야 중국인 관광객을 유럽으로 오게 할 수 있고, 그러면 올해 유럽 지역 매출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며 유커의 유럽 유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과 같이 음력설을 지내는 한국 유통가에서는 ‘설보다 춘제 마케팅’이란 말이 나온다. 정체되는 내국인 시장보다 급성장하는 유커 잡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은 유커 유치를 위해 올해 설 연휴 휴무일을 설 당일과 연휴가 끝난 뒤인 23일로 조정했다. 그 결과 설 연휴 기간(18∼22일) 중국인 매출 비중은 평소보다 10%포인트 높은 26%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휴와 비교하면 중국인 매출이 75% 늘었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유커는 다른 관광객에 비해 평균 소비액이 30% 이상 높다”며 “향후 5년까지는 유커 수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라 한국도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최고야 기자
#홍콩#시위#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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