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끊긴 동유럽출신 20대女
독일정부 상대 소송서 패소… 서유럽 이주 규제 움직임 가속
유럽연합(EU)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사회복지 혜택만을 노리고 부유한 나라로 이민을 가는 이른바 ‘복지관광(Welfare tourism)’에 제동을 걸었다.
ECJ는 11일 2010년부터 독일 라이프치히에 거주해온 루마니아 여성 엘리자베타 마노 씨(25)가 “실업에 따른 복지 혜택을 다시 달라”며 낸 소송에서 보조금 지급을 거부한 독일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마노 씨와 그의 아들은 독일 정부로부터 육아와 생계 수당 명목으로 한 달에 317유로(약 43만3780원)의 보조금을 받아오다 보조금이 끊기자 소송을 냈다.
ECJ는 “마노 씨가 이주한 지 석 달이 지난 뒤에도 자신의 생계 자원을 마련할 수 있는 구직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 거주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BBC는 “외국 이민자들이 세금을 통해 복지재정에 기여하지 않으면 복지혜택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미나 안드레바 대변인은 “EU는 항상 ‘거주 이전의 자유’를 핵심 원칙으로 주창해 왔다”며 “그러나 이것이 회원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상식적인 판결”이라며 “유럽연합 내 ‘복지관광’을 제한하는 법률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관광’이란 동유럽 회원국 국민이 잘사는 국가로 이주해 직업이 없는 상태로 눌러 살며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을 비난하는 말이다.
올해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가난한 동유럽 EU 회원국들에 국경을 완전히 개방한 이후로 영국 독일 등 서유럽 국가에서는 반(反)이민 정서를 부추기는 극우정당이 크게 약진했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의 돌풍으로 내년 5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올해 말까지 강력한 이주민 규제 방안을 내놓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거주 이전의 자유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캐머런 총리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CJ가 현행 제도로도 각국이 충분히 복지관광을 막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유럽의회에서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을 이끄는 만프레트 베버는 “유럽 각국이 거주 이전의 자유를 어기지 않고도 복지관광을 방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며 “특히 캐머런 총리에 대한 강력한 견제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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