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축제분위기…수도에는 러시아 국기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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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3월 17일 1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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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반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해 러시아에 편입되는 데 대한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가 16일 서방측의 온갖 비난 속에서도 95%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크림 반도는 축제 분위기다. 주민들은 "집(러시아)으로 돌아가는 중"이라며 "행복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투표가 종료된 뒤에도 백악관은 이를 비난했다.

백악관은 "국제사회는 폭력의 위협 아래 실시된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러시아의 행동들은 위험하고 불안정을 조장시키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크림반도 투표 현장의 분위기는 그처럼 살풍경한 것은 아니었다. 러시아 국기가 미풍에 나부끼는 가운데 폭죽이 터졌으며 노인들은 러시아에 다시 편입된다는 감격에 울먹이는 표정이었다.

이날 밤 투표가 종료되자 크림 자치공화국의 수도 심페로폴의 러시아인들은 중심가 광장에서 환호의 합창을 하면서 다시 러시아 국민이 되는 감격을 누렸다. 한 주민은 "블라디미르 푸틴은 정말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칭소했다.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 투표가 러시아의 웃기는 파워플레이이자 영토 강탈이라고 비난하면서 투표를 외면했다.

크림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가 종료하기 전에 이미 투표율이 유효 정족선인 50%를 훨씬 넘는 75%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개표가 50%를 넘기자 미하일 말리셰프 선거관리위원장은 95% 이상이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과 러시아 편입을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세바스토폴에서 투표에 참가한 마니타 메쉬치나는 "오늘은 크림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러시아 모두에게 중요한 날이다"고 말했다.

세바스토폴에서는 투표가 개시된 지 15분 안에 70명 이상이 투표소에 몰려왔다.

베라 스베르쿠노바(66)라는 주민은 "오늘은 신성한 날이다"면서 감격적으로 애국적인 군가를 부르더니 "이제 나는 고국 러시아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나는 내 엄마를 본 지 너무 오래 됐다"고 외쳤다.

이 주민투표로 러시아는 서방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됐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적인 정서를 고양시키는 효과도 거두게 됐다.

현지의 친러시아 주민들은 친러시아적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로 망명한 뒤 새로 들어선 친서방적인 정부가 그들을 탄압할 것이라며 불안해 하고 있다.

한편 크림 공화국 의회는 17일 공식적으로 러시아에 병합을 요구하기 위한 회의를 열고 의원들이 러시아로 가서 관련 회담을 하게 될 예정이다.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하원의장은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크림의 러시아 편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이후 23년 간 크림 반도 주민들이 이 날을 기다려 왔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크림 자치공화국 주민투표는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밝혔다.

정민경 동아닷컴 기자 alsru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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