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세청 보수단체 표적 세무조사 파장… 국세청장 사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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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때 反오바마 성향 드러냈던… 그레이엄 목사 가족-언론인 등 조사
오바마 “어떤 기관도 이런일 용납 안돼” 법무부 조사 착수… 22일엔 의회 청문회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미국 국세청(IRS)이 보수적인 정치단체를 상대로 표적 세무조사를 벌인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계 인사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가족이 운영하는 단체는 물론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질문을 던진 언론인 등 개인까지 IRS의 표적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스티븐 밀러 국세청장 대행이 15일 전격 사임했다. 하지만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야당의 정치 공세는 점점 커지고 있다.

○ ‘단체에서 개인까지 무차별 표적조사’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레이엄 ‘빌리그레이엄복음협회’ 회장 겸 국제구호단체 ‘사마리안의 지갑’ 대표는 14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선 직전인) 지난해 9월 IRS가 2010년도 관련 내용의 세무조사를 통보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회는 지난해 대선에서 ‘성경의 원칙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후보’를 지지하도록 촉구했으며 이것이 IRS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협회 사무실을 방문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 정치적인 보복을 당했다는 것이다.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KMOV 채널4’ 뉴스 앵커인 래리 코너스는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실정 등 곤란한 질문을 던진 직후 IRS가 자신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터뷰 직후 아내와 친구, 시청자들이 IRS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실제로 IRS의 조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IRS가 보수단체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하면서 새로 면세 자격을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이 수개월에서 수년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커먼 센스 캠페인’은 면세 자격을 신청한 지 2년이 됐지만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는 “IRS는 자격을 심사한다며 블로그 포스트에서부터 단체에 단돈 1달러라도 기부하는 사람들의 명단까지 모든 것을 요구했다”며 “자료를 제출하기 위한 수수료와 변호사 비용 등에만 수천 달러가 들어간 뒤에야 면제받을 수 있는 세금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 청장 대행 사임에도 확산되는 정치 공방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밀러 대행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한 뒤 “변명할 여지가 없다.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인은 이번 사건에 화낼 권리가 있고 나도 그렇다”며 “어떤 국가 기관이라도 이런 행동이 용납되지 않지만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세청은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례적으로 “국세청에 대한 공공의 신뢰와 믿음(confidence)을 회복하기 위해 밀러 대행의 경질이 필요하다”는 잭 루 재무장관의 서한을 공개했다.

전날 진상조사 착수 사실을 밝힌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이번 사안은 정당에 대한 문제도 아니고 (보수·진보 등의) 이념과 관련된 문제도 아니다”라면서 “법을 어긴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회 하원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연방수사국(FBI)은 국세청이 시민권을 침해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IRS는 2010년부터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정치단체 티파티는 물론이고 ‘애국자(Patriot)’ 등 몇몇 시민단체들을 상대로 비영리단체에 주는 면세 혜택을 재검토하는 표적 세무조사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공화당 의원들은 정치적 공세를 강화했다.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은 15일 “나의 질문은 누가 사임하느냐가 아니고 누가 감옥에 가야 하느냐다”라고 말했다.

의회는 IRS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하원 감독위원장인 대럴 아이사 의원(공화·캘리포니아)은 “22일 IRS의 보수단체 표적 세무조사 의혹에 대해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면서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난 더글러스 슐먼 전 IRS 청장에게 증인 출석을 요구했고 출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국세청#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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