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밀수왕’ 기소… 상하이방 떨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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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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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본국 송환된 라이창싱 2006년 “서열4위 자칭린 연루”
당시 장쩌민 비호설 떠돌아… 재판 통해 치명타 입을수도

중국의 ‘밀수왕’ 라이창싱(賴昌星) 전 위안화(遠華)그룹 회장이 법정에 서게 됐다. 정·관계 최고위층과 유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재판 과정에서 그의 진술에 따라 중국 정가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젠(福建) 성 샤먼(厦門) 시 해관과 검찰은 최근 라이 전 회장을 밀수 및 뇌물 공여 혐의로 중급인민법원에 기소했다. 라이 전 회장은 1994년 조직폭력배를 모아 위안화그룹을 세운 뒤 5년간 원유와 자동차 등 530억 위안(약 9조4500억 원)어치를 밀수해 중국 건국 이래 최대 경제 사범으로 불린다. 그가 포탈한 세액은 300억 위안(약 5조3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그의 범죄 액수는 830억 위안에 달한다.

1999년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지시로 대대적인 조사가 실시돼 전직 고위 공직자 14명이 사형 선고를 받는 등 1000여 명이 처벌됐다. 하지만 주범인 라이 전 회장이 캐나다로 도주하는 바람에 수사가 종료되지 못했다. 올가을 중국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를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도 1999년 푸젠 성 대리성장으로 부임해 이 사건 조사 등 뒤처리를 맡은 인연이 있다.

도주 12년 만인 작년 7월 중국에 송환된 라이 전 회장의 재판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정·관계와의 검은 커넥션에 대해 폭탄 발언을 할지 여부 때문이다. 그는 룸살롱, 호텔, 안마소 등이 결합된 ‘훙러우(紅樓)’라는 접대 빌딩을 세워 유력 인사들을 대접하고 엄청난 규모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현재 공산당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중국정치협상회의 주석과의 교분을 강조한 바 있어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 시 당 서기 문제로 요동치는 중국 정가가 또 한 차례 거센 회오리에 휩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 주석은 1994∼1996년 푸젠 성 당 서기를 지내면서 라이 전 회장과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 주석의 부인인 린유팡(林幼芳) 여사도 당시 푸젠 성 대외무역협회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라이 전 회장에게 도움을 줬다는 의혹이 나온 바 있다.

라이 전 회장은 캐나다 도피 시절인 2006년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 주석과 자주 만나 선물을 건넸다”며 “당 중앙기율검사위가 (내가 제시하는) 모종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자 주석과 관련된 단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린 여사가 자신을 모른다고 한 데 대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자 주석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상하이방(上海방·상하이 출신 고위 관료 모임)의 대표 주자다. 라이 사건이 터질 당시 검찰의 칼날을 피한 것도 장 전 주석의 비호 때문이라는 설도 나왔다. 라이 전 회장의 재판 과정에서 자 주석 등 상하이방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라이 전 회장이 이미 뇌물공여 등과 관련해 자백을 했다”고 전했다.

라이 전 회장이 재판을 받는 시점도 미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지난해 송환됐을 때 홍콩 언론들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파(團派·퇀파이)가 상하이방을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상하이방과 연대하고 있는 태자당(혁명 원로 자제 모임)이 보 당서기와 관련한 스캔들로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퇀파이가 양측을 겨냥한 두 개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자 주석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 않더라도 퇀파이가 이번 사안을 협상카드로 삼아 올가을 18차 당대회에서 주요 요직을 더 많이 차지하려고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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