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파티’ 대항마 ‘테킬라 파티’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美 히스패닉 조직 이달 출범… 이민법 두고 충돌할 듯
美 인구의 16%나 차지… 대선 앞둔 정계 초긴장

‘티 파티(Tea Party)는 잊어라. 차보다 독한 ‘테킬라(Tequila) 파티’가 온다.’ 선인장 잎으로 만든 테킬라는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를 대표하는 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 이름을 딴 미국 내 히스패닉계 정치모임이 만들어져 민주 공화 양당을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는 12일 “이달 말 캔자스 주에서 공화당 소속 디디 가르시아 블라세 애리조나 주 의원이 주도하는 ‘전국 테킬라 파티운동’이 출범한다”고 보도했다. 현재 애리조나 캔자스 앨라배마 조지아 주의 히스패닉계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테킬라 파티는 출범식을 계기로 전국 50개주로 세력권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테킬라 파티의 목표는 명확하다. 히스패닉계를 단결시켜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 히스패닉계 인구는 약 5000만 명으로 최근 10년간 43%나 증가했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16%에 이르는 수치여서 테킬라 파티가 바람몰이에만 성공해도 상당한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이 히스패닉계 결집을 위해 내건 첫 번째 기치는 ‘이민법 저항’이다. 최근 애리조나를 포함한 일부 주는 불법이민자 단속 강화 등을 담은 새로운 이민법을 추진하고 있다. 블라세 의원은 “새 이민법은 미국의 소수인종들을 차별하는 악법”이라며 “티 파티가 조세 저항운동에서 시작됐듯 우리는 이민법 저항을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킬라 파티가 티 파티를 거론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티 파티에서 단체 이름을 본뜬 이들은 공공연하게 자신들의 적은 티 파티라고 선언했다. NPR는 “히스패닉계는 티 파티가 새 이민법에 찬성한 것에 불만이 크다”며 “보수주의 색채가 강한 티 파티에 반기를 드는 건 여타 소수인종의 호감을 사기에도 좋은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공화 민주당 모두 이들의 출현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 보수적인 공화당은 자신들의 히스패닉계 지지층이 흡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새 이민법에 대한 히스패닉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티 파티의 공동창설자인 마크 메클러 씨는 “이민법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도 안심할 순 없다. 2008년 대선 당시 히스패닉계의 민주당 지지율은 73%에 이르렀으나 최근엔 52%로 뚝 떨어졌다. 블라세 의원이 공화당인 점도 민주당에는 탐탁지 않다.

물론 테킬라 파티가 티 파티처럼 성장하긴 어려울 거란 전망도 있다. 전통적으로 히스패닉계는 지역마다 정치색이 크게 다르다. 플로리다 주 등 쿠바 출신이 많은 남부에 사는 히스패닉계에서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이후 줄곧 ‘반(反)민주당 정서’가 강하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한 서부의 히스패닉계에서는 민주당 지지가 압도적이다. 럿거스대의 젤러니 코브 교수는 “자발적인 풀뿌리운동에서 출발한 티 파티와 달리 테킬라 파티는 정치인들이 먼저 주도했다는 약점을 지녔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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