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이상한 영사업무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7일 03시 00분


주한대표부 직원 3명 지난달 휴가내고 출국
현지 한국기업 계약취소說 한인선교사 억류이어 의문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가 지난달 비자 발급 등 영사업무를 돌연 중단한 것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26일 “대표부 직원 3명이 지난달 전부 휴가를 내고 출국했다고 들었다”며 “리비아 정부가 이에 대해 우리 정부에 정식으로 통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영사업무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모른다. 하지만 대표부가 폐쇄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국과 리비아는 그동안 활발한 경제협력을 벌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리비아가 한국 정부에 통보도 없이 한 달간 주한 대표부 업무를 중단한 배경을 놓고 양국 관계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리비아 대표부의 영사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도 리비아에 도착해 공항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다”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 조기에 영사업무가 재개될 수 있도록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비아에 진출한 기업들은 출장과 납품 수주 등을 위한 영사업무 진행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현지에서는 한국 기업의 건설 계약이 취소되는 일도 생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의 지하철 건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의 발전소 건설 발주의 경우 계약 체결이 늦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이달 6∼13일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했지만 무아마르 알 카다피 국가원수 대신 알바그다디 알마무디 총리만 세 차례 만나고 돌아왔다.

한편 지난달 한국인 선교사 고모 씨(리비아대 4학년)가 현지 경찰에 체포된 이유에 대해 리비아 외교부가 “리비아 내에서의 기독교 선교 및 선교 관련 책자 반입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혀왔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하지만 리비아 정부는 한국인 농장주 주모 씨가 체포된 것에 대해서는 한국대사관 측에 구금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 당국자는 “현지인에 따르면 고 씨에 대한 자금 조달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비아 정부는 두 사람에 대한 한국대사관의 영사 접근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리비아 대표부의 영사업무 중단과 고 씨 체포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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