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은 만 13세에 성대한 성인식을 연다. 결혼식과 함께 평생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가족과 친척, 지인은 결혼식처럼 축의금을 전달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은 재산 일부를 물려준다고 생각하고 적지 않은 돈을 건네기도 한다. 빈부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받는다. 이 돈은 예금하거나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무렵이면 상당히 불어나 있다. 유대인들은 돈을 직접 굴리며 경제 감각도 익힌다. 이런 의미에서 성인식은 금융 교육의 시발점인 셈이다. 상당수 유대인들은 이 돈을 종잣돈 삼아 창업한다.
청년들은 소득 제약, 불안정 고용, 높은 주거비, 학자금 상환 등으로 자산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주요국들은 유대인처럼 정부가 청년들이 자산을 모을 수 있도록 금융 교육, 비과세 상품, 예·적금 매칭 등을 지원한다. 싱가포르는 아동기부터 청년기, 중장년기, 노후기로 이어지는 자산 형성 연계 시스템을 마련했다. 아동기 아동발달계좌에 최대 1만 싱가포르 달러(약 1130만 원)를 지급하고 부모가 추가로 저축하면 최대 1만5000싱가포르 달러(약 1700만 원)까지 매칭 지원한다. 사회에 진출하면 소득의 일정 비율로 중앙적립기금(CPF)에 적립하고 고용주도 일부 분담해 돈을 키운다. 이 적립금은 복리 이자와 비과세 혜택을 받아 주택 구입, 의료비, 노후연금 등으로 활용된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고령화 심화, 노후자산 확보 등을 해결하기 위해 소액투자비과세계좌(NISA)를 운영하고 있다. 주식, 펀드에 투자하면 연간 360만 엔(약 3330만 원), 평생 1800만 엔(약 1억6645만 원)까지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성년부터 본격적으로 계좌를 개설해 장기 투자 습관을 형성하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다. 영국은 1990년대 말부터 아동신탁기금 등을 만들었지만 고소득층에 세제 혜택이 집중되고 저소득층 참여율은 떨어지는 등 구조적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한국은 2010년 희망키움통장을 시작으로 자산 형성 지원 사업을 속속 도입했고 현재 다양한 청년자산 형성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예산은 3조2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4% 늘었다. 다만 국방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비슷한 사업이 병행돼 중복 운영과 실적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위의 청년도약계좌와 복지부 청년내일저축계좌는 사업이 유사하고 도입 시기가 겹친다. 국방부 장병내일준비적금은 2020년 예산 2190억 원에서 올해 1조6587억 원으로 6년 새 약 7배 늘어 향후 정부 재정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제도 신설과 폐지도 잦다.
이제 청년자산 형성 지원 사업을 재정비해 꼭 필요한 계층이 주택 구입, 교육비, 노후자금 등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생애 자산 축적 시스템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비슷한 사업을 통합하고 소수의 핵심 지원 사업만 유지해 한두 가지 지원 사업만 활용해도 자산을 모을 수 있는 안전망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정규 교육 과정에서 제대로 된 금융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등 여전히 금융 문맹률이 높은 편이다. 돈의 속성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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