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 라스베이거스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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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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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집값 폭락-실업률 급등

각종 건설사업 중단 공사장 흉물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고 야경을 자랑하는 맨덜레이베이 호텔 64층 바. 화려한 카지노의 네온사인 사이로 곳곳에 시커먼 어둠이 분화구처럼 보인다. 4000개의 객실을 갖춘 퐁텐블로 카지노 호텔 등이 공사가 중단된 채 도심 곳곳에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불황을 모르던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빨리 거품이 터진 도시로 전락했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이 최근 보도했다.

1980년 46만 명이었던 라스베이거스 인구는 현재 200만 명.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도시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후 카지노 수입은 2007년에 비해 10% 이상 떨어졌으며, 집값은 2006년에 비해 절반으로 폭락했다. 실업률도 3%에서 13%로 크게 높아졌으며, 라스베이거스 최대 카지노 운영자인 MGM 미러지 호텔은 140억 달러에 달하는 빚에 몰려 파산 직전까지 갔다.

무절제하게 시행되던 호텔과 리조트 건설 프로젝트도 암초에 부딪쳤다. 현재 14만 개 호텔 객실에 더해 2012년까지 4만 개의 객실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지만 200억 달러에 이르는 건설비가 문제다. 라스베이거스 부동산에 ‘묻지 마 투자’를 하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손을 떼면서 도심 곳곳에 흉물스러운 공사장들이 방치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최근 몇 년간 컨벤션 도시로 변화해 왔다. 지난해에는 미국 소비자 가전박람회(CES)를 비롯해 2만2000개 이상의 이벤트가 벌어졌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올 초 TV로 중계된 타운홀 미팅에서 고액 연봉을 받던 금융기관 임직원들을 향해 “납세자 돈으로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가거나, 슈퍼볼을 보러 갈 수는 없다”고 말한 뒤로 상황이 달라졌다. 구제금융을 받은 웰스파고 그룹과 골드만삭스 그룹이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려던 정례 컨벤션을 취소했다. 올해 1분기에만 400여 개의 회의와 무역박람회가 취소됐다.

슈피겔지는 “라스베이거스는 개별 관광객보다는 대규모 컨벤션에 참석한 비즈니스맨들이 회사 경비로 마음껏 돈을 써줘야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라며 “과도한 거품이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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