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이끄는 하토야마 “경제가 안 받쳐주네”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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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한달 경기회복 부진… 관료 영향력은 줄어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사진) 총리 체제가 16일로 출범 한 달을 맞았다.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가 실현된 일본은 한 달 동안 정치와 외교를 비롯해 사회 각 분야에서 적지 않은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우선 정국운영 시스템이 크게 달라졌다. 관료주도 정치가 상당폭 사라지고 그 역할을 정치인이 대신하고 있다. 자민당 정권에서 실질적인 정책결정권을 행사해온 사무차관회의가 폐지됐고 관료들의 기자회견도 금지됐다. 민주당은 관료의 국회 답변 금지도 추진하고 있다. 퇴직 관료가 산하단체나 공공기관으로 낙하산 인사로 내려가던 관행도 폐지될 운명에 처했다. 민주당은 퇴직관료가 많은 산하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도 크게 삭감할 태세다. 관료사회는 잔뜩 움츠린 채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예산 편성의 기본 방향이 달라지는 등 굵직한 정책 변화도 눈에 띈다. 자민당 정권이 짜놓은 14조7000억 엔 규모의 올해 추경예산 지출 계획은 민주당 공약에 맞게 복지 위주로 방향을 틀었다. 민주당은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자민당 정권에서 시작했던 대형 국책사업을 잇달아 중단하겠다고 공언했다. 얀바댐을 비롯한 정국 48개 댐 공사 중단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제회복이 지지부진함에 따라 민주당 정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실업률은 5%를 넘었고 물가는 4개월째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은 ―5.4%로 선진국 가운데 최악의 수준. 한마디로 뾰족한 대책이 없는 형국이다.

정부 내 의견 조정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국가전략상과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의 실세 경쟁 등이 불거졌다. 아직 표면화하지는 않았지만 연립여당인 사민당과 국민신당이 주요 정책에서 태클을 걸 가능성이 상존하고,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당이 하토야마 총리가 주도하는 정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어 민주당 정권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교는 아시아 중시 방침이 선명하게 드러난 가운데 미일관계에선 긴장관계가 흐르고 있다. 한일관계의 출발점은 좋은 편이다. 지난달 말 미국에서 열린 유엔총회를 기회로 한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지난주 서울과 중국 베이징에서 잇달아 양국 정상이 머리를 맞댔다. 하토야마 총리는 양자관계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하토야마 정부의 역사인식과 재일동포 지방참정권에 대한 태도, 하토야마 총리 부부의 우호적 행보는 한국 여론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주일미군 재편 문제와 인도양 급유 지원 등 현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미일관계다. 하토야마 총리가 의욕적으로 시동을 건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은 중국과의 주도권 신경전, 미국의 견제 등을 뚫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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