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식사가 맛없다구? 천만에’ 美병원 요리경연대회 열려

  • 입력 2009년 9월 4일 0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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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요리사들의 경연대회가 열기를 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일반적으로 병원 식당 메뉴는 교도소 음식과 학교 식당과 함께 맛없는 음식의 대명사로 통하지만 최근 유명 레스토랑에 못지 않은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며 “매년 열리는 병원 요리사들의 경연대회를 통해 이같은 선입관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대회에서 우승의 영광을 차지한 주인공은 어드벤티스트 병원의 다니엘 스케이(48) 수석주방장. 1등상을 받은 요리 이름은 ‘칠리소스를 뿌린 실란트로 토마리토와 옥수수를 곁들인 납작한 아이언 스테이크’였다.

어드벤티스트 병원은 덴버에서 48㎞ 떨어진 콜로라도 파커에 있다. 희색이 만면한 그는 아내에게 기쁜 소식을 문자메시지로 전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모데스토의 메모리얼 병원의 주방장 무니 네이단씨는 “스케이의 스테이크가 너무 익었다”며 심사위원들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병원 식당들이 변모하고 있다. 많은 병원들이 주방에 피자오븐과 스시 기계를 들여놓고 카페테리아에는 유기농 야채로 만든 샐러드 바를 운영한다. 호텔과 유명식당의 주방장들을 채용하는 곳도 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멋진 식당에서 최고의 요리사들이 솜씨를 뽐내고 있지만 병원 요리사들도 점차 지명도를 얻고 있다. 이번에 우승한 스케이 주방장은 일찌감치 솜씨를 인정받고 있었다. 그가 멋진 레스토랑 대신 병원에 취직한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애틀의 스위디시 메디컬센터의 에릭 아이젠버그 주방장은 “병원 등 의료시설의 주방장들은 가장 오해받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병원에 오기 전에 프랑스 식당과 컨트리클럽의 식당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내셔널 소사이어티 헬스케어 푸드서비스 경연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던 그는 “사람들은 병원 식사하면 묽은 오트밀죽이나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의 편견을 개선하기 위해 5년 전 병원과 헬스케어센터에서 근무하는 주방장들이 일련의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

타이슨푸드서비스와 같은 기업 스폰서를 구한 이들이 탄생시킨 것이 ‘헬스케어 푸드서비스 요리경연대회’다. 매년 심사위원들은 전국 각지의 병원 주방장들이 제출한 특별한 조리법을 심사해 5명을 최종 선발, 내셔널 소사이어티의 연례회의 때 요리대회를 열고 있다.

뉴저지의 요리대회 감독위원회의 베티 페레스 위원은 “병원의 음식이 얼마나 독창적이며 훌륭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면서 “병원 식당에도 최고의 유명 레스토랑 요리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솜씨 좋은 요리사들이 있다”고 말한다.

지난주 열린 요리경연대회 참가자들은 스케이씨를 비롯, 미니애폴리스의 르코돈 블루 컬리너리 프로그램 졸업생들, 리츠칼튼에서 단련된 요리사, 카지노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수상한 주방장 등이 포함됐다.

미국조리학교(CIA) 출신인 스케이씨가 병원에 들어온 것이 1989년으로 그 전에는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그가 있는 병원의 카페테리아는 허브가든에서 재배한 것들과 일본의 고베산 스테이크와 연어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제 많은 레스토랑 출신 요리사들이 병원의 식당에서 일하기 위해 몰리고 있다. 아이젠버그 주방장은 “나는 항상 사람들에게 내가 지금까지 한 일 중 병원 요리사가 최고라는 말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조리하는 것은 길거리 흔한 식당에서 조리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유명 요리사들을 흠잡을 생각은 없지만 일반 요리사들은 그저 그런 존재일뿐”이라고 말했다.

경연대회의 사회자는 푸드 채널의 애런 맥카고 주니어였다. 필라델피아의 토마스 제퍼슨 대학병원의 케이터링 전문 주방장 출신인 그는 푸드채널의 조리경연대회에서 우승 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쇼를 맡게 됐다.

대회장인 팜스프링스의 르네상스 에스메랄다 리조트의 넓은 행사장에 조리대들이 세워졌다. 75분 간의 시간이 쓰인 대형전자시계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 조리사들은 재료를 썰고 물을 끓이는 등 부지런히 요리를 시작한다. 심사위원단은 클립보드판을 들고 돌아다니며 기록을 한다. 손에 마이크를 쥔 맥카고 사회자는 조리대를 오가며 “와~대단한 열기”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맥카고 사회자는 “요리사들이 너무 긴장하고 있어서 수술을 하려는 사람들인지 요리를 하려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심사위원은 5명으로 모두 전문 요리사들이다. 이중에는 지난해 우승자도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에 있는 UNC헬스케어의 숀 돌란 주방장은 브루클린의 명소인 리버 카페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한 심사위원은 돌란씨의 음식의 향이 너무 좋다고 칭찬하면서도 파스타가 너무 말랑말랑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돌란 주방장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병원 요리사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멋진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때문에 제동이 걸리기도 한다. 칼로리를 꼼꼼이 따지는 영양사들과 음식 재료의 가격을 신경쓰는 담당직원들 때문이다.

대회 규정은 접시당 600㎈와 지방 20g, 나트륨 1000㎎을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요리사들은 병원의 영양사들과 짝을 이뤄 팀별로 얼마나 기준을 충족했는지 부분적으로 평가받는다.

우승자인 스케이씨는 이번 대회에서 열한살 때 부모님과 함께 와이오밍 목장에서 살던 시절의 음식을 만들었다. 그의 요리는 본래 버터가 더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파트너인 리사 포가스 어드벤티스트 병원 영양서비스 부장이 제동을 걸었다. 버터가 더 들어가면 맛은 좋겠지만 다이어트용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결국 해결책을 찾았다. 버터를 줄이되 찐 옥수수 푸딩인 토말리토의 옥수수덩어리를 넣는 것이었다.

병원들은 경연대회가 요리사들의 수준과 음식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덕분에 일부 병원들의 카페테리아는 음식 맛을 보기 위해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콜로라도 파커 시 공무원들도 종종 스케이씨가 있는 병원을 찾는다. 부동산 브로커인 파커 시 경제위원회 마치 트레비 국장은 “이 병원에 최고의 요리사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간다”고 귀띔했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병원 식당을 찾는 그는 가끔 고객들과 함께 가기도 한다. 어드벤티스트 병원은 채식주의를 따르는 제7안식일교회가 운영하는 곳이지만 직원이나 방문객들을 위해 고기 요리도 만들고 있다.

포가스씨는 이 대회 우승을 계기로 병원이 카페테리아를 확장하길 바라고 있다. 스케이 주방장은 이번 우승 요리의 조리법을 다른 병원 주방장들에게 제공할 생각이다. 내년에 그는 우승자 자격으로 이 대회 심사위원을 맡게 된다.

포가스씨는 “이번 대회를 통해 요리사들의 고집을 어떻게 다루는지 배우게 됐다”고 농담하면서 “이제 병원 요리사들을 위한 문호를 더 넓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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