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려한 고사성어로 中에 러브콜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전략과 경제대화’ 개막식에서 뜻밖의 장면이 펼쳐졌다. 화려한 중국 고사성어들이 등장해 경연장을 방불케 한 것.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지도자들은 앞 다퉈 중국 고전이나 관용어를 인용해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맹자 왈(孟子曰)’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의 위대한 철학자 맹자는 ‘산중에 난 좁은 길도 계속 다니면 곧 길이 되고, 다니지 않으면 곧 풀이 우거져 막히게 된다(山徑之蹊間 介然用之而成路 爲間不用 則茅塞之矣)’라고 말했다”면서 양국의 지속적인 대화와 끊임없는 협력을 역설했다. 그가 인용한 문장은 맹자의 진심(盡心) 하편에 나오는 것.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합류했다. 클린턴 장관은 연설에서 “마음이 맞으면 태산도 옮긴다(人心齊 泰山移)”라는 중국에서 자주 쓰이는 관용구를 사용했다.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영어 연설 도중 “펑위퉁저우”라며 ‘풍우동주(風雨同舟·비바람 속에 배를 함께 타고 있다)’라는 성어를 중국어 발음으로 읽은 뒤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위기를 함께 헤쳐 나가자”고 역설했다.

두 사람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함께 기고한 글에서도 미중 관계를 표현하면서 ‘동주공제(同舟共濟·배를 함께 타고 물을 건너다)’ 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미 클린턴 장관은 2월 방중 때 양국 관계를 ‘동주’로 표현해 이 말은 이미 올해 미국 지도자들이 미중 관계를 대표하는 표현으로 뿌리내린 셈이다.

중국도 미국의 ‘러브 콜’에 적극 화답했다.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이날 연설에서 “양국 관계가 더 아름다운 미래를 열 수 있겠습니까”라고 큰 소리로 자문한 뒤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인 ‘예스 위 캔(Yes we can)’으로 자답하는 재치를 발휘했다. 그 역시 ‘동주공제’를 언급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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