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좌파 지도자들 “쿠데타 악몽 재연되나…”

  • 입력 2009년 7월 1일 02시 57분


거리에 쓰러진 노인… 온두라스 시위 격화지난달 29일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 대통령궁 앞에서 군부 쿠데타에 대한 항의시위에 참가한 노인이 부상을 입고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 이날 시위대와 보안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총격이 발생해 일부 시위 참여자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CNN이 보도했다. 온두라스 대통령 권한대행인 로베르토 미첼레티는 지난달 28일 쿠데타 발생 직후 48시간 동안 전국 야간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테구시갈파=AFP 연합뉴스
거리에 쓰러진 노인… 온두라스 시위 격화
지난달 29일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 대통령궁 앞에서 군부 쿠데타에 대한 항의시위에 참가한 노인이 부상을 입고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 이날 시위대와 보안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총격이 발생해 일부 시위 참여자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CNN이 보도했다. 온두라스 대통령 권한대행인 로베르토 미첼레티는 지난달 28일 쿠데타 발생 직후 48시간 동안 전국 야간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테구시갈파=AFP 연합뉴스
장기집권 노리던 셀라야 축출후 위기감 확산
오바마 “쿠데타는 불법”… 軍, 시위대에 발포설

‘3선(選) 연임’ ‘종신 집권’을 꿈꾸던 중남미의 좌파 정권 지도자들이 떨고 있다. 온두라스 호세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이 대법원과 의회의 반대에도 장기 집권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다가 군부 쿠데타에 의해 축출됐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30일 “이번 사태는 중남미 정권들에 10년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치적 위기와 공포심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위기와 맞물려 정치적 불안을 해소할 해법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떨고 있는 좌파 지도자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서 열린 중남미 좌파 지도자 모임인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 회의에서 “우리는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가 온두라스에 따끔한 맛을 보여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긴급 회동에는 차베스 대통령 외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자원 국유화와 토지 분배 등 서민층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인기를 얻은 후 ‘대통령 연임제한 폐지’ 개헌을 추진해 온 좌파 지도자다. 이미 10년간 재임한 차베스 대통령은 올해 2월 개헌으로 종신집권도 가능해졌고, 코레아 대통령도 최장 2017년까지 연임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들은 온두라스 사태가 남미 지역에서 ‘군부 쿠데타 도미노 현상’을 불러오지 않을까 초조해하고 있다. 실제로 과테말라의 알바로 콜롬 대통령은 자신의 불법 비자금을 폭로한 유명 변호사의 살해 배후로 지목된 뒤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봉착해 있다. 오르테가 대통령도 투명하지 못한 선거 관리로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연구기관인 ‘미주 간 대화’ 소속 마이클 시프터 연구원은 “한 국가의 문제라면 그저 ‘온두라스가 안됐네’라고 말하면 그만이겠지만 문제는 중미 전체의 제도적 취약성”이라고 지적했다.

○ 유혈사태로 확산

10여 년 만의 군부 쿠데타 발생으로 남미 지역의 정치적 불안이 심화되자 온두라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쿠데타 철회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쿠데타는 불법이며 끔찍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셀라야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에 있는 대통령궁 앞에는 셀라야 대통령 복귀를 지지하는 시위대와 보안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총격이 발생해 유혈사태로 번지고 있다. 셀라야 대통령은 30일 “2일 조국으로 돌아가 대통령직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을 승계한 로베르토 미첼레티 대통령 권한대행은 “베네수엘라 등 주변국이 내정간섭을 할 경우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셀라야가 귀국하면 체포해 재판에 회부할 것이며 11월 대통령선거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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