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여기자에 간첩혐의 8년형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7분



올 1월 말 이란 보안당국에 억류됐던 이란계 미국인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 씨(31·사진)가 현지 재판소에서 미국을 위한 간첩혐의가 인정돼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고 18일 AFP통신이 전했다.
이번 선고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취임 후 이란과 화해 움직임을 취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미국과 이란의 관계 복원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극도로 실망했다”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사베리 기자는 미국의 라디오 NPR와 BBC, 폭스뉴스 등의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그는 취재 허가증의 유효기간이 2006년에 끝났음에도 취재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란이 미국인 기자에게 간첩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의 BBC는 이번 선고가 이란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이란 강경 보수파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이란 관계 개선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란 강경파로서는 이번 사건을 양국의 최근 화해 무드에 제동을 걸 기회로 삼았다는 시각이다. 사베리 측 변호인이 항소 의사를 밝힘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 양국 관계의 진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BBC는 전망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9일 이례적으로 검사에게 편지를 보내 미국인 여기자의 법적 권리보장과 공정 조사를 촉구했다고 이란관영 IRNA통신이 전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의 변호권도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해 미국을 의식하는 뉘앙스를 풍겨 주목을 끌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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