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바마 시대]‘반격의 칼’ 가는 美 보수주의

  • 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8분


헤리티지재단 - WSJ “장밋빛 공약 실현여부 집중감시”

대선-상하원선거 완패 공화당, 새지도부 구성이 급선무

한때 ‘보수 장기집권’ 시대를 열겠다고 기염을 토했던 미국 공화당이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패배하면서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하지만 미 보수주의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당의 앞날이 꼭 잘 풀릴 것으로만 보진 않는다. 이들은 권토중래를 꿈꾸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약속을 지키는지 주시하라”=보수주의자들은 벌써 오바마 당선인이 장밋빛 경제공약을 실현할 수 있을지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5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서 “당선인은 세금을 줄이고, 국방을 강화하며, 정부 규모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보수주의자들의 생각과 일치한다”며 “기쁜 마음으로 보수주의자들은 당선인이 이들 약속을 지키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뜻대로 안 될 것’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사설을 통해 “오바마 당선인은 ‘95%의 근로자에게 감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1970년대부터 민주당 후보들이 즐겨 써온 기만적 방법”이라며 “경기침체를 맞아 민주당은 세금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또 “민주당은 1964년과 1976년, 1992년에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무분별한 정책을 과도하게 추진했다가 2년 뒤 중간선거에서 쓴맛을 봤다”고 덧붙였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하비 골럽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내가 걱정하는 것은 금융시장이 아니라 차기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이 경제 현안을 다룰 능력이 있는지”라고 성토했다. 그는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금융위기가 심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갈 길은?=2000년 공화당이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브레인이었던 칼 로브 전 백악관 정치고문은 ‘여성, 노동단체, 히스패닉의 지지를 이끌어내 장기 집권하겠다’는 시나리오를 마련했지만 몇 년도 되지 않아 물거품이 됐다.

이러다 보니 개혁을 통해 공화당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나오고 있다.

짐 데민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AP통신에 “국민에게 ‘우리를 다시 믿어 달라’고 말하기 전에 공화당을 개혁하고 재건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보수 논객인 칼 토머스 씨는 폭스뉴스 블로그에 “지금 공화당에 필요한 것은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이념 문제보다 실제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관심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자였던 마이클 거슨 씨는 최근 한 인터넷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범죄, 복지 등 낡은 이슈를 버리고 기후변화, 국민연금 등 지금 시대에 맞는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당장은 새 지도자를 찾는 게 공화당의 급선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약 20명의 공화당 의원이 6일 버지니아에 모여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 자리를 누가 맡을지를 놓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AP는 전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