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위안부 설문 “재사과 필요없다”가 74%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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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여론조사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9일 0시 현재 ‘다시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74%로 압도적으로 많다. 사진 출처 CNN 웹사이트
CNN 여론조사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9일 0시 현재 ‘다시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74%로 압도적으로 많다. 사진 출처 CNN 웹사이트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중 군대위안소에 대해 다시 사과해야 하는가?"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 CNN이 실시중인 즉석 인터넷 여론 조사(Quick Vote)의 설문이다.

5일 오후 1시(미국시간 4일밤 11시)부터 시작된 이 조사에 9일 0시 현재 무려 230만 명이 넘게 참가했다. 이 시간까지의 결과는 '다시 사과할 필요가 없다'가 74%, '다시 사과해야 한다'가 26%.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군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만약 미국 의회가 결의안을 통과한다해도 일본은 사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는 AP통신 도쿄발 기사의 옆에 여론조사 코너가 마련됐다.

CNN의 인터넷 투표 결과는 여러 가지 대목에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우선 사흘도 채안돼 투표 참가 자 숫자가 175만명을 넘었다는 점이다.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에 있는 기사도 아니고, 검색어를 통해 간신히 찾아가야할 웹페이지(http://www.cnn.com/2007/WORLD/asiapcf/03/04/japan.sexslaves.ap)로 밀려 나 있는 기사의 하단에 마련된 즉석 투표의 참가자 규모론 엄청난 숫자다.

지난 며칠간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이 아베 총리의 발언을 보도하며 사설로 비판한 것을 제외하면 그동안 종군위안부 결의안 문제에 대해 미국 언론들이 거의 침묵을 지켜왔고, 미국 사회에서 이 문제가 전혀 이슈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인들이 이 문제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나?"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숫자다.

CNN의 즉석 여론조사 참가자들을 순수한 일반 미국인이라고 가정해도 사실 대부분의 미국인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종군 위안부 문제는 매우 생소한 이슈다.

그리고 압도적인 '사과 필요 없다' 투표 결과는 최근 미국 주요 언론 매체의 논조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아베 총리 발언이후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잇따라 사설로 일본을 강력히 비판하는 등 일본의 태도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CNN의 질문 자체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정신대 대책위원회의 서옥자 회장은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CNN이 '다시 사과를 해야 하는가'라고 물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그간 한번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 등에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으며, 이번 결의안은 이번에야 말로 진짜 제대로 사과를 하라는 것이 위안부 결의안의 취지인데도 CNN은 상세한 배경 설명 없이 '일본이 또 사과할 필요가 있느냐' 식의 질문을 던졌다는 지적이다.

종군위안부결의안 통과를 위해 편지 보내기 등 다양한 풀뿌리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미국내 한인 유권자 단체 간부들은 "별 것 아닌 것 같은 조사지만 앞으로 마이클 혼다 의원이 제출해 놓은 종군위안부결의안을 심의할때 미 의원들이 마땅히 참조할 만한 미국내 여론조사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신뢰성과 정확성에 의심이 가는 CNN의 조사결과가 나쁜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된다"며 안타까워 하는 분위기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난달 19일부터 22일까지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홍보보좌관을 미국에 파견했으며 세코 보좌관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주요 언론매체의 편집 간부들을 방문해 하원 결의안에 반대하는 일본의 논리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조사 내용이 전해지자 분노한 국내 누리꾼들은 각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 글을 올려 "한국의 힘을 보여주자"며 투표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여러 누리꾼은 일본의 누리꾼들이 조직적으로 투표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설문 초기 50대50을 유지하던 찬반 비율이 6일 이후 50만 명을 넘어서면서 사죄 반대 의견이 90%로 압도적으로 많아진 점으로 미뤄볼 때 순수한 네티즌 의견이 반영된 결과는 아니라는 것.

한국 누리꾼들의 움직임에 일본 누리꾼들도 반격을 준비하면서 투표는 한일 누리꾼의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 혐한류 누리꾼들의 주무대인 '2채널' 사이트는 물론 야후재팬 등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도 "한국의 추격이 시작돼 일본이 사죄해야 한다는 표가 늘고 있다"며 투표를 독려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CNN이 기사 조회수를 높여 광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한국인들을 자극하는 투표를 의도적으로 내걸고 있다"며 투표에 참여하지 말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CNN 투표 바로가기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NYT “日, 위안부 피해여성에 또 생채기”

日언론 “아베, 강제동원 재조사 지시 검토”▼

뉴욕타임스는 8일 ‘일본은 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피해 여성들의 뼈아픈 기억들에 또다시 생채기를 냈다’고 논평했다.

6일에도 사설에서 ‘일본은 군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인정해야 창피한 과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정치인들에게 진실을 인정하도록 촉구한 이 신문은 이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 광둥 성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성노예 생활을 한 대만 여성 우슈메이(90) 씨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한편 일본 교도통신은 8일 아베 총리가 2차대전 당시 군위안부가 강제로 동원됐는지를 재조사하도록 지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군 잔악상 잊혀져선 안돼”혼다 美의원 결의안 촉구▼

미국 하원에 제출된 일본군위안부 강제 동원 비판 결의안의 제안자 마이클 혼다(캘리포니아 주·사진) 미 연방 하원의원이 6일(현지 시간) 하원 발언록 발언을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발언을 강력히 비판하며 결의안의 조속한 본회의 상정을 촉구했다.

발언록 발언은 실제 의사당에서 행해진 것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발언 형태다.

다음은 발언 요지.

아베 총리가 일본군이 20만 명이 넘는 여성을 성노예로 강제 동원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한 것을 보고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의 발언은 우리가 왜 이 문제에 천착해야 하는지를 더욱 명백하게 한다.

군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은 고초는 역사의 구석에 처박힌 에피소드가 아니다.

여성들에게 일본 제국군대가 자행한 상상하기 어려운 잔악상을 부인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몇 남지 않은 생존 피해자가 다 죽고 나면 이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자들에 의해 일본군의 잔악상이 잊혀지거나 감춰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하원 본회의에서 전체 투표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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