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다르 전 러시아 총리도 독극물 중독

  • 입력 2006년 12월 1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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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알렉산데르 리트비넨코 씨가 독극물 중독으로 숨지면서 '기획 독살'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예고르 가이다르(50) 전 러시아 총리도 알려지지 않은 독극물에 중독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절인 1992년에 6개월간 총리를 지냈던 가이다르 전 총리는 리트비넨코 씨가 독극물 중독으로 숨진 지 하루만인 24일 아일랜드 더블린을 방문한 자리에서 갑자기 건강 이상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아왔다. 그의 딸인 마리아 씨는 1일 "아버지가 민간 의사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주장했다.

가이다르 전 총리의 측근인 발레리 나타로프 씨도 "자연적 상태에서 있을 수 있는 중독 사건은 아니다"라며 의료진도 알려지지 않은 물질에 의한 중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의료진의 최종 진단 결과 발표는 4일로 예정됐다.

가이다르 전 총리는 사건 당일 더블린 교외의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피를 토하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세를 보였다.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가이다르 전 총리는 현재 상태가 좋아져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영국 런던경찰청과 아일랜드 경찰은 가이다르 전 총리 사건이 리트비넨코 씨의 사망과 관련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런던경찰청의 요청으로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두 사건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리트비넨코 씨가 독극물에 중독된 1일 런던 밀레니엄 호텔에서 만난 안드레이 루고보이라는 러시아인은 가이다르 전 총리의 경호원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 있는 루고보이 씨는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개입을 부인했다.

시장경제주의자인 가이다르 전 총리는 온건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비판자로 알려져 있다.

한편 리트비넨코 씨를 사망케 한 방사능 물질 '폴로늄 210'은 인체에 들어가면 DNA를 파괴하는 무서운 독성을 가졌지만 폴로늄 210이 발산하는 알파선은 사람 피부를 관통할 수 없어 운반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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