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장에 들어서자 ‘다다다다…’ 흥겨운 북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토고 사람 몇 명이 북을 두들기며 흥겨운 응원을 펼치고 있었다. 전반전이 끝난 뒤 응원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던 덩치 큰 사내에게 다가갔다. 프린스(25) 씨로 시내 식당의 요리사였다.
―언제 독일에 왔나.
“1993년 부모님과 함께 왔다.”
―오늘 이길 것 같은가.
“보지 않았는가. 한 골 먹었지만 스위스를 몰아붙이고 있다. 프랑스도 잡고 16강에 오를 거다.”
토고인이 경기 때마다 승리를 위해 사용한다는 ‘주술’에 대해 효험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내 형제들도 무당의 힘으로 여러 번 사고와 병에서 벗어났다”고 답했다. “확실히 믿느냐”고 되묻자 그는 “확실한 게 어디 있느냐”며 씩 웃었다.
토고 수도 로메 근처의 바닷가에서 그도 어릴 때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마라도나’는 공을 차며 허기를 달래던 그 시절 토고 소년들의 영웅이었다. 지금도 음산한 가을이 오면 햇빛 찬란한 바닷가에서 뒹굴던 어린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큰돈을 만져보자는 생각에 온 가족이 택한 독일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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