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새로 팔린 전기차 가운데 5대 중 2대가 수입산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중국산전기차를 필두로 한 이 같은 ‘외산 공세’의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등 정부 친환경 정책을 지목한다. 해외 정부들이 너나할 것 없이 자국 산업 보호 정책에 나선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절반을 무공해차로 보급하겠다는 계획 아래 ‘탈(脫)탄소 드라이브’를 걸면서 일어난 현상이라는 얘기다.
● 국내서 팔린 전기차 5대 중 2대 외산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동차 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22만1025대다. 이 중 수입산은 9만4947대로 43%에 달했다. 전기차 중 수입산의 신규 등록 비중이 40%를 넘긴 해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는 유독 중국산 전기차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등록 전기차 3대 중 1대 꼴(33.9%)로 중국산이었다.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7만4728대)은 전년 대비 112.4% 뛰었다.
모델별로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테슬라의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Y(5만397대)가 점유율 26.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기아 EV3(2만1254대), 현대차 아이오닉 5(1만4275대) 등 국산 차들을 큰 차이로 따돌린 것.
업계에서는 중국산 모델 Y의 선풍적 인기를 5299만 원의 파격적 판매가가 낳은 결과로 본다. 보조금 적용 시 4000만 원 후반대에도 구매가 가능해서다. 중국 브랜드의 한국 안착도 본격화했다. 지난해 한국 승용차 시장에 데뷔한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총 6153대를 팔아 단숨에 브랜드 점유율 12위에 올랐다.
● 중국산 전성시대 부르는 정부 정책
이 같은 ‘중국산 전기차 전성시대’의 이면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정책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2030년엔 전기차 등 저공해자동차 판매 비중을 50%로 늘리겠다는 목표 하에 전기차 비중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내연차를 전기차로 바꾸면 전환지원금을 얹어주고, 매년 신차 판매 목표 비중을 전기·수소차로 못 채우면 대당 최대 수백만 원의 기여금까지 판매 기업에 물리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강력한 정책이 여전히 내연기관차 위주인 국내 시장 여건과는 동떨어져있으며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 BYD 등에만 유리한 방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현대자동차의 저공해차 판매 비중은 약 36%에 불과하다.
자국 우대 없이 가격대 위주인 전기차 보조금도 중국산 유입을 부르는 원인이다. 중국은 자국 업체나 자국 내 생산 차량에만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은 아예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한 데 이어 내연차 연비 규제를 완화했고, 유럽연합(EU)도 2035년부터 전기차 판매만 허용하겠다던 원래 방침을 철회하는 등 숨 고르기에 나섰다.
KAMA 등 협회들은 국내생산촉진세제 등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자국 내 생산 제품의 세금을 깎아주는 이른바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보조금 정책 개편을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이미 자국 생태계를 지키는 실리 전략을 펼치는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보조금 지급 조건에 탄소 총 배출량 등 정교한 항목이 더해진다면 국산 경쟁력 방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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