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크엔드]트렌드의 窓 멀티숍 ‘콜레트’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코멘트
올봄 화이트의 유행이 뚜렷하다.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소매가 돋보이는 클로에의 화이트 셔츠, 러시아 공주를 떠올리게 하는 이브생로랑의 클래식 화이트 블라우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가 하면 금색이나 은색의 구두와 가방도 빼놓을 수 없는 유행 아이템이다. 미우미우, 프라다, 마크제이콥스, 지방시 등 많은 브랜드가 맨발을 섹시하게 보여 줄 금색 은색의 구두와 가방들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화장품 브랜드들은 최근 눈에 보이지 않는 모호한 콘셉트 대신 특정 기능을 내세우는 중이다. ‘감성과 기술의 적극적인 만남’인 셈이다.

프랑스 파리에는 이 모든 트렌드를 10분 만에 훑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패션 담당 기자, 스타일리스트, 모델 등 ‘패션 피플’들이 파리에 왔을 때 꼭 찾아가는 행선지이자 세계 라이프스타일의 흐름을 빠르게 반영하는 트렌드의 창이다. “이 곳에 중독됐다”고 말할 만큼 두꺼운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파리 생토노레 거리에 있는 ‘콜레트(Colette)’다.

콜레트는 패션 뷰티 전자제품 음반 여행책 완구 등 다양한 브랜드를 모아 놓은 ‘멀티숍’이다. 세계 곳곳의 유명한 생수를 모두 모아 놓아 생길 때부터 화제가 됐던 ‘워터바’와 레스토랑도 있다.

파리에서는 햇볕이 있는 날과 없는 날에 따라 숍의 판매도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최근 햇볕이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면서 콜레트를 방문하는 사람도 크게 늘어났다. 주말이면 발디딜 틈 없는 이곳은 봄을 맞아 최신 트렌드를 전하려는 많은 취재진과 스타일리스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콜레트 1층에서는 음반 서적 화장품 소형가전 문구류를 판다. 휴대전화에 매달 수 있는 미니사이즈의 부르주아 립글로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옆에서는 29세의 프랑스 산업 디자이너 이토 모라비토가 론칭한 새로운 향수 ‘스마일리’를 미소가 아름다운 미녀 점원이 판매하고 있었다.

그는 “이 향수에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화학 성분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손에 쥐기 쉽게 디자인된 노란색 향수 패키지에는 점자로도 브랜드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곳에서 두 발짝 떨어진 곳에서 생소한 은색 기기를 발견했다. 점원은 “볼터치를 해 주겠다”며 기기 속에 물감 같은 액체 두 방울과 물을 떨어뜨리더니 얼굴에 대고 분사했다. 터키 출신으로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만든 브랜드 ‘우슬루 에어라인스’의 제품이다. 기기 속에 다양한 색상의 화장품 액체를 떨어뜨린 뒤 스위치를 누르면 작은 물방울 입자가 얼굴에 뿌려져 파운데이션 아이섀도 볼터치 등으로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 돈으로 50만 원이 넘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 중 하나인 ‘잡종(hybrid)’ 문화도 여전했다. 이곳에서는 주기적으로 현대 아티스트들을 초빙해 전시회를 연다.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들 사이에 솜씨 좋게 예술품들을 배치한다.

최근 전시를 하고 있는 아티스트는 일본 출신의 노다 나기씨다. 그는 푸들 강아지처럼 팔과 다리에 올록볼록한 알통이 있는 에어로빅 강사가 의인화된 푸들과 함께 체조를 하는 비디오를 선보였다. 또 ‘반은 판다, 반은 표범’인 다른 동물을 절반씩 합쳐 만든 커다란 동물 인형들도 내놨다.

패션 매장인 2층에서는 눈에 띄게 과장된 원색의 액세서리와 무릎선까지 내려오는 몸에 딱 달라붙는 팬츠가 많이 보였다.

콜레트의 장점은 바이어들의 상품 기획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들이 ‘찍은’ 아이템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상품이 된다. 여느 브랜드 매장이나 멀티숍과 차별화하기 위해 특정 브랜드와 손잡고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들 정도로 마케팅 파워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부르주아의 립스틱 휴대전화 줄과 아이팟의 일부 액세서리는 ‘온리 인 콜레트’를 달고 판매되고 있다.

‘워터바’에서는 코미디 프로그램 ‘귀곡 산장’을 연상시키는 이벤트가 열렸다. 몸에 칼을 맞고 피를 흘리는 여자 마네킹들, 사람 손 모양으로 빚은 돈가스, 길쭉한 빵 속에 끼운 작은 사람 모양의 고기, 그 위에 뿌린 붉은 케첩이 첫눈에는 엽기처럼 보였으나 익숙해지니 웃음이 나왔다.

이곳 식당을 자주 찾은 이용객들은 인근 생토노레와 플라스 방돔에 있는 럭셔리 브랜드 종사자들과 아티스트들이다. 한 보석 브랜드 매니저인 줄리아 사비아 씨는 “듣는 사람이 많아 이곳에서는 회사 얘기를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할 정도다.

식사 도중 힐끗힐끗 다른 이들의 패션을 관찰하는 시선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풍경도 흥미롭다. 사비아 씨는 “살아 있는 트렌드를 보기 위해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김현진 사외기자 kimhyunjin517@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