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혁파를 통해 자민당의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직계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계를 뒤흔든 고이즈미 총리의 위력을 여실히 지켜본 차기 주자들은 즉각 자세를 낮추며 ‘포스트 고이즈미’의 꿈을 잠시 유보하는 듯한 모습이다.
▽파벌해체 시동 거나=고이즈미 총리는 12일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간사장에게 이번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의원들의 파벌 가입을 규제하라고 지시했다.
정치 개혁으로 보스가 정치자금을 모아 소속 의원에게 나눠 주는 관행은 거의 사라졌지만 국회 일정 등의 연락은 여전히 파벌을 통해 이뤄져 왔다. 정계 소식통은 “각 파벌이 당선자 영입에 나서기 전에 쐐기를 박으려는 조치”라며 “파벌의 힘은 더욱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선 결과 고이즈미 총리의 출신 파벌인 모리(森)파가 최대 세력으로 부상한 반면 구 하시모토(橋本)파와 구 호리우치(堀內)파는 보스가 정계를 은퇴했거나 우정민영화법안 반대로 자민당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급격히 위축됐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자민당 초선 의원은 83명. 상당수가 고이즈미 총리가 주도한 후보자 공모와 개별 면접을 통해 자민당 공천을 받은 데다 ‘고이즈미 바람’ 덕에 당선돼 그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
일각에서는 초선 의원들의 파벌 가입 규제가 결국 ‘고이즈미파’ 결성을 염두에 둔 조치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납작 엎드린 차기 주자들=고이즈미 총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다음 총리에 의욕을 가진 사람들에게 활약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차기 주자로 거명되는 인물들을 내각과 당직 개편에서 중용할 뜻을 밝혔다.
차기 총리감으로 꼽히는 인물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69) 전 관방장관, 아베 신조(安倍晋三·50) 간사장 대리, 아소 다로(麻生太郞·64) 총무상,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60) 재무상 등. 우익 성향인 아베 간사장 대리 측은 고이즈미 총리의 언급이 대중적 인기가 높은 자신에게 유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역풍을 우려하는 듯 대부분 입 조심을 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차기 주자들은 기존 실력자들이 우정민영화법안에 반대했다가 철저하게 배제되는 것을 보고 공포를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은 13일 “고이즈미 총리는 해야 할 일을 확실히 하는 좋은 총재”라며 “임기가 끝나도 계속 총리를 맡아 줬으면 좋겠다”고 치켜세웠다.
자민당 각 파벌의 소속 의원 수 | |||
중의원 | 참의원 | 합계 | |
모리파 | 56(+4) | 26 | 82 |
구 하시모토파 | 35(―16) | 34 | 69 |
구 호리우치파 | 32(―2) | 15 | 47 |
구 가메이파 | 16(―12) | 17 | 33 |
야마사키파 | 26(0) | 5 | 31 |
오자토파 | 12(0) | 4 | 16 |
고무라파 | 13(+1) | 2 | 15 |
고노 그룹 | 10(+1) | 1 | 11 |
니카이 그룹 | 8(+4) | 1 | 9 |
무파벌 | 88(+67) | 7 | 95 |
( )는 9·11총선의 의석 증감. |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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