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의회해산은 작전?…야당‘고이즈미 바람’에 초조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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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총선 정국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인기가 급상승하자 그가 장기 집권까지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중의원을 해산했을 것이라는 ‘기획 해산설’이 제기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이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에 힘입어 연일 화제성 인물을 영입하는 등 기세를 올리자 야당은 분위기를 뒤바꿀 묘안 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민당 반대세력이 17일 총선용 정당인 국민신당을 창당하자 “우정민영화에 반대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신당이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데 더 좋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느냐.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느긋한 반응을 보인 것은 신당 창당으로 자민당 내 ‘반고이즈미’ 세력의 힘이 약해져 친정체제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이즈미 총리가 반대파를 겨냥한 표적 공천을 밀어붙일수록 지지도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15, 16일 유권자 9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51%로 중의원 해산 직후의 46%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당초 정권교체의 호기라며 기세를 올렸던 제1 야당 민주당은 ‘고이즈미 바람’에 밀려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초조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19일 홋카이도(北海道)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신당이 출범하는 등 선거가 뚜렷한 초점 없이 산만하게 전개되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자민당 당헌에 따르면 총재 임기는 3년으로 한 번에 한해 연임할 수 있기 때문에 2기째인 고이즈미 총리는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와 총리 직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정계 소식통은 9월 11일의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경우 중의원 해산을 통한 반대파 축출로 당 장악력을 키운 고이즈미 총리가 롱런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전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1986년 중의원 참의원 동시선거에서 대승한 뒤 임기를 1년 연장 받은 전례를 장기 집권의 논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일부 언론은 민영화 법안이 부결되자 총리 주변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중의원 해산과 반대파 축출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점을 들어 일찌감치 주도면밀한 시나리오를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면 차기 총리를 노리는 후보자들의 각축으로 레임덕 시기가 앞당겨졌을 게 확실한 상황에서 중의원 해산 카드로 일거에 상황을 반전시켰다는 것이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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