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중의원, 종전 60주년 결의안 초안 침략등 표현 삭제

  • 입력 2005년 7월 28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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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야 의원들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60주년을 맞아 마련 중인 결의안 초안이 식민지배와 침략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 등 ‘과거사 반성’의 뜻을 약화시킨 형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결의안을 사회당 자민당 등의 연립기인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시절 중의원이 채택한 종전 50주년 결의안과 비교해 보면 10년 사이에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인식이 크게 후퇴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과 제1야당 민주당 소속 중의원이 중심이 되어 준비 중인 결의안의 제목은 ‘유엔 창설 및 종전, 피폭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국제평화구축에 대한 공헌을 서약하는 결의’.

이 결의안은 8월 초 본회의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여야 합의 아래 마련된 초안에는 10년 전 결의안에 들어 있던 ‘식민지 지배’ ‘침략적 행위’ 등의 표현이 빠져 있다. 대신 ‘과거 한때 일본의 행위가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나라 국민에게 안겨준 많은 고난을 깊이 반성한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바뀌어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1995년 결의안에 들어 있는 ‘식민지 지배’ ‘침략적 행위’란 표현이 이번에 우회적인 표현으로 바뀐 것은 ‘과거사 반성’의 정도를 희석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1995년 결의안은 ‘세계 근현대사상 수많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적 행위를 생각하면서, 일본이 과거에 행한 이 같은 행위와 타 국민,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 국민에게 준 고통을 인식하고 깊은 반성의 뜻을 표한다’고 침략 행위를 명확히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일부 자민당 의원들이 침략행위를 인정하는 표현에 반발하는 바람에 결의안 채택을 놓고 중의원에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결의안 초안은 또 일본 정부에 대해 ‘세계 유일의 피폭국으로서 세계 모든 이와 손잡고 핵무기 폐기, 전쟁 회피, 세계 연방 실현 등 지속가능한 인류공생의 미래를 열어 가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청하고 있다.

중의원 결의문은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일본 정부의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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