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北의 日침공 다룬 무라카미 류 소설 출간 놓고 저울질

  • 입력 2005년 4월 27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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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특수부대가 일본을 침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일본의 저명 작가 무라카미 류(村上龍)의 최신작 ‘반도를 나가라(半島を出よ·사진)’를 놓고 한국 출판사들이 “번역 출간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는 3월 25일 소설 출간 직후부터 일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 측 망언 이후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반감이 극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소설에는 ‘일본 군국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비치는 대목이 있어 “베스트셀러 출간도 좋지만 자칫 출판사 이미지를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출판인들이 많다.

무라카미는 이번 소설이 한국 내에서 큰 관심을 끌 것이며, 출간 경쟁이 벌어지리라고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출간된 소설의 속표지와, 겉표지를 둘러싼 띠지에까지 ‘반도를 나가라’는 한글 제목이 쓰여 있다. 또한 무라카미는 그간 한국 내 출판계약을 에이전시(저작권중개업자)인 북포스트에 일임해왔으나 이번 책에 대해서는 “한국의 어떤 출판사, 어떤 에이전시도 입찰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에 북코스모스 신원에이전시 등 해외 출판물 전문 에이전시와 수십 군데의 출판사가 4월 초부터 일본어판과 요약본을 얻어 국내 출판의 승패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곳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문학세계사의 김요안 기획실장은 “작가의 지명도나, 현재의 한일관계,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일본의 과잉 반응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번역 출판할 만한 소설”이라면서도 “독자들이 출간 자체에 정서적으로 반발하지 않을까 우려해 몇 주째 회의만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금가지의 장은수 편집이사는 “침공한 북한군을 주변부 인간으로 겉돌던 일본 소년들이 몰아낸다는 결말을 알고 있지만, 군국주의적 요소가 있다면 출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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