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가톨릭 정치' 시동 거나

  • 입력 2005년 4월 5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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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가톨릭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4일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주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바티칸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의 교황 장례식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시종 무거운 표정으로 "교황은 용기 있고, 도덕적이며 신성한 인물이었다"며 교황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 전쟁을 떠올린 듯 "교황은 평화를 바랬고, 전쟁을 좋아하지 않았다"면서도 "교황과 그 문제로 대화를 나눈 것을 감사히 여긴다"고 말했다.

LA타임스는 부시 대통령 부부의 장례식 참석계획은 가톨릭 표를 의식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풀이했다.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3일 교황 추모미사에서 깊은 조의를 표시했지만, 이라크 전쟁, 사형제도 존속 등 자신과 견해를 달리한 점은 거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수적이고 엄격했던 요한 바오로 2세는 미국 가톨릭 유권자의 보수화 경향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공화당이 낙태반대를 요구하며 즐겨쓰는 '생명의 문화(culture of life)'라는 표현도 교황이 즐겨 쓴 표현이다.

미국 가톨릭 신자의 수가 점차 줄고 있긴 하지만 남미계 이민자의 증가로 현재도 6500만 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가톨릭 유권자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표밭이었다. 그러나 공화당이 72년 대법원의 낙태 합법화 결정 이후 생명 중시 정책을 펼치면서 가톨릭 표심을 꾸준히 잠식해왔다. 민주당이 얻은 가톨릭 지지율은 1996년 60%에서 2000년 50%, 2004년 47%로 떨어졌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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