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으로 손잡는 日-러…“동북아 위협 中 견제”

  • 입력 2005년 1월 11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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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더 이상 (일본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어서 죄송합니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주(駐)일본 러시아 대사는 지난해 12월 초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는 인터뷰 직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서 도쿠다 겐지(得田憲司) 자위대 북부방면 총사령관을 만나 양국 간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동북아시아의 오랜 숙적인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예일대 마이클 오슬린 교수(동북아시아 역사 담당)는 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1790년 이후 일본과 러시아는 긴장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하지만 최근 중국 견제라는 공동 목표가 양국 관계를 ‘조용히’ 우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동의 적’ 등장?=중국은 최근 신형 탄도미사일 핵잠수함, 공격용 핵잠수함 등 신세대 잠수함과 4800∼7000t급 대형 함정을 속속 건조하며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과 러시아의 국방 형편은 여의치 않다.

일본은 앞으로 10년간 군사비 지출을 4% 줄이는 대신 노인복지에 치중할 계획이고 러시아는 1990년 이후 극동 지역 병력을 10% 정도 줄였다.

양측의 처지가 비슷해지자 일본과 러시아는 군사훈련을 서로 참관하고, 해군 상호방문을 연례화했다.

경제 분야 협력은 더 두드러진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2003년 양국 무역총액은 59억818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일본은 러시아의 사할린 유전과 가스 사업에 가장 큰 액수를 투자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2008년까지 연간 1만5000대를 러시아에서 생산할 계획.

▽걸림돌=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가 점유하고 있는 쿠릴열도 북방 4개 섬의 반환 문제는 양국 관계의 결정적 걸림돌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1월 4개 섬 중 하보마이(齒舞)와 시코탄(色丹)을 돌려주겠다고 밝혔지만 일본은 4개 모두를 반환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매년 수십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도 갈등의 불씨다. 지난해 중국은 20억 달러(약 2조1000억 원)어치의 러시아산 무기를 구매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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