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EU로 ‘흡수’되나…바뀌는 유럽 정치지도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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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정치 지도가 바뀌고 있다. 흑해 연안국을 포함한 동유럽에서 선거를 통해 잇달아 친서방 정권이 등장하고, 유럽연합(EU)에 대거 가입함으로써 지정학적 개념이 아닌 이념에 따른 ‘동·서유럽’이라는 전통적 분류법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동유럽권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줄어드는 대신 미국과 EU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루마니아의 미래=13일 개표가 끝난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결과 중도 우파 야당인 진실정의동맹(JTA)의 트라이안 바세스쿠 후보가 당선됐다. 공산 독재정권 붕괴 이후에도 오랫동안 부패가 만연했던 루마니아에 친 서방 개혁파 정권이 들어선 것.

1차 투표에서 2위를 했던 바세스쿠 후보는 1, 2위 후보가 치르는 결선 투표에서 51.23%의 득표율로 48.77%를 얻은 집권 사회민주당(PSD)의 아드리안 너스타세 현 총리를 극적으로 물리쳤다.

루마니아의 한 정치분석가는 “바세스쿠 후보의 당선은 1989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정권이 무너진 이후 15년 만에 실질적으로 공산주의가 종식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동진(東進)하는 EU=바세스쿠 후보의 당선으로 루마니아는 일단 2007년 1월 EU의 신규 회원국이 될 전망이 밝아졌다. EU 정상들은 16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루마니아의 가입 승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2007년 EU 회원국을 목표로 하는 나라는 루마니아뿐만이 아니다. 인근 불가리아도 EU 신규 가입 대상국이며, 크로아티아는 내년 4월 EU와 가입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모두 자유민주주의에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해 국가가 경제를 완벽히 통제하던 옛 시절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이에 앞서 5월엔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8개국이 EU의 신규 회원국이 됐다.

▽파장은 러시아까지=루마니아의 대선 결과는 26일로 예정된 인근 우크라이나의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예상대로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후보가 당선되면 동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 흑해 연안에서의 러시아 영향력은 최근 들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시민 무혈혁명’으로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그루지야가 올해 초 친서방 정권을 출범시켰고, 주민 상당수가 루마니아계인 몰도바에서도 블라디미르 보로닌 대통령의 친러 정책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EU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3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담에서 EU는 몰도바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이웃 국가’와의 결속을 다진다는 행동 강령을 채택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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