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유력]케리의 敗因…잇단 말바꾸기로 신뢰성 먹칠

  • 입력 2004년 11월 3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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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대권 야망이 물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진 것은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인 ‘부시 대 반(反)부시’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깨뜨리지 못한 것이다.

그의 주요 정책이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는 단순히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차이점만을 부각하는 데 그친 점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테러전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저지 문제에서도 케리 후보는 대테러정보기구 혁신, 북핵 양자 대화를 강조해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성 부각에 주력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선거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케리 후보가 동부와 서부 해안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강세지역에서만 승리함으로써 지식층과 소외계층의 지지만 받은 것도 한계로 작용했다. 대중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안보문제가 최대 이슈였던 이번 선거를 불과 나흘 앞둔 10월 29일 미 전역에서 방영된 오사마 빈 라덴의 새로운 테러 위협도 케리 후보에겐 악재로 작용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접전지역 중 하나로 꼽혔고 2000년 대선에서 재검표 사태까지 빚은 플로리다(선거인단 27명)에서도 너무 쉽게 무너졌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기반인 여심(女心) 확보에도 실패했다. 앨 고어 후보가 2000년 대선에서 당시 부시 후보보다 12%포인트 많은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9%포인트밖에 앞서지 못했다.

지지자들의 응집력 역시 부시 대통령 지지층에 못 미쳤다. 이번 선거를 생활양식과 가치문제로 인식한 기독교계 보수 인사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해 만만치 않은 집중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고와 최악’이라는 제목으로 선거 직전에 제작한 3일자 칼럼에서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을 제시했다. 이 칼럼은 케리 후보가 패배할 경우의 실패 요인으로 “흐리멍덩한 전당대회 연설 및 ‘신고합니다’ 형식의 거수경례로 내보인 어설픈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꼽았다.

1991년 걸프전에는 반대하고 2002년 이라크전에는 찬성하는 등 일관된 입장을 보여 주지 못한 것과 말 뒤집기도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겼다. 지난해 11월 870억달러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재건기금 지원안에 반대 투표했던 케리 후보는 “나는 실제로 반대하기 전에는 찬성했다”며 모호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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