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1일 ‘世紀의 법정’…재판과정 TV중계

  • 입력 2004년 6월 30일 19시 02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1일 이라크 법정에 선다.

지난해 12월 13일 고향 티크리트 인근에서 체포된 이후 공개적으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처음이다.

이날 재판에는 후세인 집권 시절 최고위층이었던 11명도 함께 나온다.

이라크 과도정부는 주권이양 3일째인 30일 이들의 신병을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았다. 신병 인도가 비교적 빠르게 이뤄진 배경에는 미군정의 통치가 끝났음을 보여주려는 상징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와파크 알 루바이에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은 “후세인은 이라크 법률에 따라 구속되고 이라크 형법에 따라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과정=후세인 정권 재판을 위해 설립된 이라크 특별법원이 재판을 맡는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올해 4월 특별법원 판사들을 임명했다. 특별법원은 후세인이 혁명평의회(RCC) 부의장으로 실질적 통치권을 거머쥔 1968년 이후의 ‘범죄’를 심리하게 된다.

특별법원 인사들은 30일 오전 후세인 등 12명에게 재소자의 권리와 향후 재판과정을 알려줬다. 이들은 1일 오후 경찰의 호위 아래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다. 재판 과정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다.

후세인의 가족들은 20명의 변호인단과 계약을 한 상태. 이 밖에 1500여명의 재외 변호사가 재판을 지원한다. 변호인단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유엔을 상대로 이미 구명활동을 시작했다.

▽후세인의 범죄 혐의=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80년대 쿠르드족 학살 △91년 걸프전 직후 반(反)후세인 봉기에 나선 쿠르드족과 시아파 학살 △화학무기가 사용된 이란-이라크 전쟁 △쿠웨이트 침공 등이 혐의 목록에 올라 있다.

조사관들은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문서를 검토하고 있지만 중요 문건에는 본인이 직접 서명하지 않는 등 빠져나갈 장치를 많이 마련해 놓아 유죄 입증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유죄가 입증될 경우 후세인은 사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과도정부는 미군정이 중단시킨 사형제도를 부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지 알 야와르 이라크 대통령은 30일 “과도정부는 주권이양 직후 후세인에 대한 사형선고 방침 등 현안을 논의했다”며 “곧 결정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정국은=재판이 진행되면 저항운동을 부추기고, 후세인 추종세력과 반대세력간 갈등을 초래해 치안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주권이양 이틀째인 지난달 29일 이라크 과도정부는 저항세력에 대한 유화책을 내놓으며 정국 수습에 나섰다.

야와르 이라크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팔루자 저항세력에 대한 사면을 검토 중이며 시아파 반군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추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렌드 라힘 프랑키 주미 이라크 대사는 “후세인 정권 당시 집권당이었던 바트당원들도 새 정부에 참여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워싱턴·바그다드·제네바=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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