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선일씨 살해 만행을 규탄한다

  • 입력 2004년 6월 22일 18시 41분


이라크 무장단체가 김선일씨를 납치해 살해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이다. 김씨는 비록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는 이라크에 머물고 있었지만 이라크와 외세(外勢)의 싸움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민간인이었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무고한 외국 민간인을 살해한 살인범들의 악행을 인류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한국은 이라크와 전쟁을 하는 당사국이 아니다. 납치범들이 한국의 파병을 문제 삼았지만 우리는 싸움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통 받는 이라크인들을 돕기 위해 자이툰부대 파병을 준비 중이다. 반세기 전 전쟁의 참화를 겪은 민족으로서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한국인들의 진심은 서희·제마부대가 이라크에서 흘린 땀으로 이미 입증됐다고 본다. 우리의 선의를 잔혹한 범죄로 갚으면서 ‘지하드(聖戰)’를 내세운 범인들이 가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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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범들은 불과 24시간의 시한을 주고 선택을 강요하다 끝내 김씨를 살해했다. 한국 정부와 협상할 채널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애초부터 협상할 의사는 없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저들을 용서하기 어렵다.

이제 남은 일은 범인을 색출해 처벌하는 것이다.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야만적인 범죄를 저지른 비열한 자들은 반드시 응징을 받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이라크 과도정부와 현지 미군, 그리고 인근 중동국가와 공조해 범인 체포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또 다른 불행을 막기 위한 비상대책도 시급하다. 정부는 이라크 거주 한국인을 모두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민간인들은 당분간 이라크 입국을 자제해야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충심으로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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