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라크-알카에다 접촉있었다”…‘9·11보고서’ 설전

  • 입력 2004년 6월 18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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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관계냐, 접촉이냐.”

9·11테러 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 날인 17일 미국 백악관 브리핑 룸에서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과 알 카에다의 관계를 놓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과 기자들 사이에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매클렐런 대변인이 일반적인 설명을 끝내자 “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후세인과 알 카에다 사이에는 협력관계가 없었다는데 그동안 협력관계가 있었다고 한 정부 입장과는 다르지 않은가”라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기다렸다는 듯 준비한 자료를 보며 자신 있게 답변했다.

“위원회도 이라크 정권과 알 카에다 사이에 고위급 접촉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보 관리들과 오사마 빈 라덴이 수단에서 접촉한 것을 비롯해 다른 접촉들도 말했다.”

의외의 답변에 기자는 “위원회는 접촉은 있었지만 협력관계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당신과 내가 항상 접촉하지만 백악관에서 누구도 당신이 나와 협력관계라고 비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대변인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2003년 2월 유엔 발언을 읽어준 뒤 “위원회가 한 말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면서 “우리는 오래 전에 후세인 정권이 9·11테러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그러자 “그것은 이라크전 후의 일이다”는 기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기자들은 초점을 바꿔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와 관련해 “슬램덩크(확실하다)”라고 한 말과 후세인이 알 카에다를 전위부대로 이용하고 싶어했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말을 근거로 정부가 과장한 게 아니냐며 대변인을 몰아세웠다.

대변인은 “당신은 감으로 얘기하지만 나는 사실을 얘기한다”고 맞섰다.

기자들이 다시 “후세인과 알 카에다가 오랫동안 깊은 유대를 갖고 있었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추궁했지만 대변인은 “후세인은 테러범을 지원하고 숨겨줬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절반 이상의 미국인은 이라크가 9·11테러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부가 오해하게 만든 게 아니냐”는 질문에도 대변인은 “우리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다.

90여개의 질문과 답변이 오간 열띤 공방전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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