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 기본법 재해석"…美·홍콩-中 새 갈등

  • 입력 2004년 4월 4일 17시 16분


중국이 홍콩의 주권 반환 7년만에 '헌법'격인 홍콩 기본법에 대한 재해석에 착수함으로써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도 중국의 일방적인 기본법 해석에 우려를 표명해 중-미간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중국의 홍콩 기본법 재해석=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일 제8차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 기본법의 선거관련 조항들을 재해석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리페이(李飛) 전인대 상무위원회 법사위 부주임은 개회사에서 "현재 홍콩에서는 기본법 해석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홍콩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유지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제도)에 대한 이해를 위해 기본법을 정확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해석의 초점은 2007년 이후 홍콩특별행정구 장관과 입법회 의원의 선출방법 개정문제를 규정한 기본법 부칙 제1조 7항과 제2조 3항이다. 홍콩 재야 민주단체들은 행정장관 직선과 입법의원 보통선거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인대 관계자는 "홍콩특구는 행정 주도의 정치제도인 만큼 특히 행정장관 선출은 기본법의 궤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밝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일국양제와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이 홍콩을 통치)의 원칙은 존중될 것이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재해석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인대는 6일 투표를 통해 재해석결론을 발표할 예정이다.

▽홍콩의 반발과 미국의 우려=중국의 홍콩기본법 재해석은 지난해부터 점차 거세지고 있는 홍콩의 민주화 움직임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홍콩에서는 지난해 7월 홍콩 정부의 국가안전법 제정 방침에 맞서 50만명이 시위를 벌였고 올 1월에도 10만여명이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중국은 재야단체 등이 요구하는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받아들이면 홍콩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기본법 재해석을 통해 이에 대한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다. 특히 대만과의 통일 원칙으로 내세운 '일국양제'가 유명무실화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홍콩 시민 3000여명은 중국의 기본법 재해석에 반발해 1일 대규모 촛불시위를 벌였으며 일부 학생들은 정부 총부를 기습 점거하기도 했다. 민주파 인사들은 둥젠화(董建華) 행정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도대체 누가 중국 정부에 대해 홍콩 기본법 해석을 요청했느냐"고 강력 항의하고 "중국의 기본법 해석은 일국양제와 고도의 자치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 국무부의 애덤 어렐리 부대변인도 2일 "중국 정부가 홍콩의 민주개혁과 관련한 민감한 규정들을 홍콩인들과 충분히 상의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해석하려는 결정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경고했다.

◆홍콩 기본법◆

영국으로부터 주권이 반환된 이후의 홍콩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것으로 1984년 중-영 공동선언에 따라 90년 4월 중국 제7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3차회의에서 제정됐다.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HKSAR) 기본법'이다.

기본법의 핵심 내용은 홍콩이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 영토로 귀속되지만 향후 50년간 한시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와 고도의 자치권을 유지토록 한다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홍콩특별행정구는 중앙정부의 고유 권한인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입법 행정 사법에 대해 독자적인 법률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본법은 중국 전인대가 △홍콩의 기본 질서를 규정한 기본법에 대한 최종 해석권을 보유하며 △특구 입법기관이 정한 법률이 기본법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권한 등을 갖도록 하고 있다. '양제'보다는 '일국'을 우선 개념으로 내세움으로써 홍콩의 중앙정부로부터의 일탈을 막는 안전판을 마련해둔 것이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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