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국 ‘3大 폭탄’…종파-민족간 내전 가능성도

  • 입력 2004년 2월 2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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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파 성지 카르발라, 쿠르드족 거주지역 아르빌과 모술….

이라크에서 대형 연쇄 폭탄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치안상황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권 이양을 비롯한 정치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존 애비제이드 미군 중부군사령관은 최근 “이라크 주권이양이 다가올수록 폭력 수위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촉박한 일정=지난해 11월 연합군 임시행정처(CPA)와 이라크 과도통치위(IGC)는 이라크 주권이양 청사진을 제시했다. △새 기본법 초안 확정(2월 말) △간접선거로 과도의회(TNA) 구성(5월) △임시정부 출범(6월 말) △제헌의회 구성(내년 3월 말) △헌법 승인 국민투표와 총선(내년 말)으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이렇게 되면 이라크는 다수당이 정권을 쥐면서 정치재건 일정을 일단락 짓는다.

그러나 직간접 선거에서 국민투표로 이어지는 일정이 너무 촉박하게 잡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부 이라크인은 미국이 6월 말까지 임시정부를 서둘러 출범시키려는 이유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선 선전용이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 정치일정이 확고부동한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경우에 따라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목소리 높이는 쿠르드족과 시아파=1일 테러로 수많은 사람이 숨진 쿠르드민주당(KDP)의 마수드 바르자니 당수는 쿠르드족 자치를 전제로 한 연방제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쿠르드족은 현재 자치권을 인정받고 있는 3개주뿐 아니라 키르쿠크주와 니나와주까지 장악할 야심을 품고 있다. 키르쿠크주에는 세계 석유의 약 6%가 매장돼 있으며 니나와주에는 터키 시리아에 흩어진 쿠르드족과의 연결통로인 모술이 있다.

한마디로 두 곳을 차지해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면서 국외 쿠르드족을 결집시켜 장차 독립의 기반을 닦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라크 과도통치위는 “연방제는 주(州)가 기준이며 민족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터키 역시 반발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라크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미국 주도의 정치일정에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 총선을 올해로 앞당겨 실시하자고 주장한다. ‘다수의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아드난 파차치 과도통치위 순번의장은 “결과를 믿을 만한 총선 실시는 일정상 촉박하다”며 일단 간선으로 과도의회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애비제이드 사령관은 “이슬람 시아파의 조기 총선 요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최악의 경우 대규모 살상과 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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