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후세인, 전쟁직전 항복협상 제의”

  • 입력 2003년 11월 6일 18시 44분


코멘트
이라크전쟁(3월 20일)이 발발하기 직전인 3월 초순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이라크 정보부의 최고 관리들이 ‘후세인 망명’을 제외하고 미국의 모든 조건을 들어주겠다면서 ‘침공 모면 협상’을 벌였으나 무위로 돌아갔다고 뉴욕 타임스가 5일 전했다.

신문은 3월 초 레바논 태생의 미국인 사업가 이마드 하지가 리처드 펄 미 국방정책자문위원장을 런던에서 만나 ‘미국이 침공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하에 이라크 수뇌부의 파격적인 제안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후세인이 제시한 조건은 △이라크 석유 자원에 대한 미국기업의 우선적인 채굴 보장 △2년 내 자유총선거 실시 △미군 병력 및 수사관들과 무기 전문가들에 대한 무제한적 무기 사찰 허용 △중동평화안에 대한 적극 협조 △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 직후 이라크로 도피한 알 카에다 간부 압둘 라흐만 야신의 신병 인도 등이다.

이런 조건을 하지씨에게 전달한 이는 이라크 정보부의 해외공작국장인 하산 알 오베이디였다. 그는 2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하지씨를 만나 ‘절망적이고 구걸에 가까운 태도로’ 조건을 전달했으며,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2000명이 이라크에 입국한다 해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펄 위원장은 하지씨로부터 이라크 관리들과 직접 만나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미 중앙정보국(CIA)에 접촉 가능 여부를 타진한 결과 “만날 필요가 없다”는 회신을 받고 일을 진척시키지 않은 채 귀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IA는 전쟁 전에 이라크 최고위층의 협상 제안을 가져 왔다는 인물들이 여럿 있었으며 특별히 하지씨를 신뢰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