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수교 中이 먼저 제의” 첸치천, 회고록서 밝혀

  • 입력 2003년 11월 6일 0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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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8월 이뤄진 한중 수교는 중국이 먼저 제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당시 중국 외교부장이었던 첸치천(錢其琛·75·사진) 전 국무원 부총리가 5일 출간된 자신의 회고록 ‘외교십기(外交十記)’에서 공개했다.

첸 전 부총리는 자신의 외교활동 15년을 결산한 회고록 ‘외교십기(外交十記)’에서 이같이 밝혔다. 1955년부터 외교관의 길에 들어섰던 그는 88년 외교부장에 올랐고 93년 외교담당 부총리 겸 외교부장을 겸하며 올해 3월 은퇴할 때까지 15년간 중국 외교를 총지휘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한중 수교 교섭은 91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외무장관 회의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중국 대표로 한국에 온 첸 부장이 청와대를 비밀리에 방문해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전격적으로 수교를 제의했다. 느닷없는 제의에 한국 정부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당시 주한 대만대사가 APEC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막는 등 중국의 수교 제안에 화답했다. 한국은 회의 주최국으로서 대만의 APEC 가입시 ‘차이니스 타이베이’로 할 것을 주장해 중국이 요청한 ‘1개의 중국 원칙’을 관철시켰다. 한국 정부는 또 당시 주한 대만대사의 노대통령 주최 리셉션 참가도 허가하지 않았다. 9개월 뒤 한국은 대만과 단교하면서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청산했다.

회고록은 한중 수교 이외에 중소 관계 정상화, 톈안먼(天安門) 사건 직후 중미 관계, 홍콩 및 마카오 반환 등 모두 10가지 역사적 사건에 얽힌 외교 비화들을 다루고 있다.

회고록은 중국 외교부 산하 출판사인 세계지식출판사에 의해 출판됐다. 첸 전 부총리는 현재 베이징(北京)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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