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선 ‘지역구 물려주기’ 여전

  • 입력 2003년 10월 13일 2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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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아들은 역시 개구리.’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속담으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란 뜻이다.

11월 9일 중의원 총선을 앞두고 정치 명문가 ‘브랜드’만 달면 손쉽게 당선되는 일본의 세습정치 풍토에 대한 자조의 뜻이 담겨 있다.

대북 강경파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71) 도쿄도 지사의 3남 히로다카(宏高·34)는 도쿄에서 자민당 후보로 정계의 문을 두드린다. 게이오대를 졸업하고 은행에서 일해 왔으며 배우 뺨치는 외모로 인기가 높다. 그의 큰형은 국토교통상을 맡고 있는 노부테루(伸晃·46)로 이번 선거에서 5선에 도전한다. 두 사람 다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특히 간 나오토(菅直人·57) 민주당 대표의 아들 겐타로(源太郞·31)가 오카야마(岡山) 지역구에 출마한 것을 보면 일본 정계에 세습풍조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 있다. 시민운동가 출신의 간 대표는 정치를 가업(家業)으로 삼는 세습을 맹렬히 비판해 온 인물이기 때문.

간 대표는 아들의 출마에 대해 “지역민의 요청으로 출마하는 것이어서 세습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아무래도 군색하다. 겐타로씨는 고교 중퇴 후 어린이 인권운동과 투표연령 인하운동 등을 하다 국회의원 비서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자민당의 ‘얼굴 마담’ 아베 신조(安倍晋三) 간사장은 외증조부가 총리를 지낸 이후 4대째 시모노세키(下關)에서 출마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아들도 끈질기게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상도 전직 총리였던 부친의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해산되기 전 중의원 의원 480명 가운데 25%가 부친 혹은 장인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세습의원이었다. 특히 자민당은 세습의원이 40%나 된다. 이번에 고령으로 은퇴한 자민당 의원 24명 가운데 11명이 아들이나 사위에게 지역구를 물려주었다. 자민당 후보로 처음 출마하는 신인 후보 60명 중 20%가 세습후보다.

세습의원은 지역기반이 든든해 지역구 관리에 개의치 않고 정책 활동에 전념하지만 독자적인 행동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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