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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3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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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장소로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 대신 크로퍼드 목장 사저를 선택한 것만 해도 그렇다. 이제까지 부시 대통령의 크로퍼드 목장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외국 정상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 중국의 장쩌민(姜澤民) 전 국가주석 등 4명에 지나지 않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5번째.
그뿐만 아니라 공식회담 외에도 22일 만찬과 23일 오찬 등 이틀에 걸쳐 8시간에 이르는 긴 회동 시간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입증해 준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 위협 해법 등을 놓고 견해를 달리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대했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것.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환대는 고이즈미 총리와의 만남이 7번째라 남다른 친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이라크 단독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배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편들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도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22일 크로퍼드 목장을 찾은 고이즈미 총리를 ‘카우보이식’으로 영접해 눈길을 끌었다.
청바지와 짧은 소매에 청색 체크무늬 셔츠 차림의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가 헬기편으로 목장에 도착하자 흰색 픽업트럭을 직접 몰고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헬기 착륙장으로 마중을 나갔다. 그는 역시 평상복 차림의 고이즈미 총리를 트럭에 태운 채 목장 안을 돌며 구경을 한 다음 만찬을 같이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크로퍼드 목장으로 향하던 헬기에서 “고맙게도 많은 시간을 할애받아 다양한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환대에 흡족해했다.
미일 정상회담의 주 의제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정책조율이었다. 지난주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 핵무기 보유 불용이란 원칙 안에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가기로 한 것.
또 북한의 외화 획득 수단인 미사일 수출과 마약 밀매에 대한 공동 감시와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경제 제재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라크 재건 문제에 일본이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으며 고이즈미 총리도 흔쾌히 동참의사를 표한 것으로 일본 언론 매체는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귀국하면 이라크에의 자위대 파병을 위한 법률제정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경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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