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국내 이슬람人 표정…차분한 분위기…"모든것 神의 뜻"

  • 입력 2003년 3월 19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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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이슬람사원 중앙성원에서 이슬람교도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변영욱기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이슬람사원 중앙성원에서 이슬람교도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변영욱기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그 긴장감이 한국에까지 전파되고 있다. 특히 주한 이라크인 등 이슬람교도들과 주한미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비록 몸은 한국에 있지만 전쟁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1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이슬람사원인 ‘중앙성원’에는 몇 명의 이슬람교도들이 정기적인 기도를 위해 들렀을 뿐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국내외 취재진만 분주할 뿐 이슬람교도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

중앙성원의 조민행(趙敏行) 사무처장은 “예배가 없는 평일이어서 사람이 적기도 하지만 이라크 침공과 관련해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중앙성원에서는 매주 금요일 400∼500명이 참가하는 예배가 열리지만 아직 집단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앙성원 근처에서 이슬람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슬람 사람들은 삶과 죽음은 모두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이슬람교도들은 임박한 이라크전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불러온 사담 후세인 대통령뿐 아니라 전쟁으로 몰아 가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해서도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중앙성원에서 만난 시리아 출신의 칼리드 자임(무역업)은 “미국이 이제 가면을 벗고 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단순히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려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터키음식점 ‘쌀람’을 운영하는 정종표(鄭鍾杓)씨는 “매일 이곳을 찾는 이라크인 두 명이 어제오늘 보이지 않는다”면서 “얼마전부터 ‘이라크로 돌아가 전쟁에 참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하며 매우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의정부 美2사단▼

19일 오후 미 2사단 사령부인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캠프 레드클라우드. 아직 비상경계령이 발령되지 않았지만 미군 병사들은 개전과 동시에 발령될 비상소집령에 대비해 외출을 자제하고 있었다.

미 2사단 관계자는 “현재는 평상시 수준의 근무태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개전과 동시에 소집령이 발령되면 곧바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하는 등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 미군 장교는 “이번 전쟁으로 진정한 세계 평화가 정착될 것”이라며 “주한미군은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예정된 계획에 따라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2사단은 개전 직후로 예상되는 23일부터 26일까지 대규모 전차 기동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이라크전 개시가 임박하면서 주한미군의 핵심전력인 미 2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경기 의정부시와 동두천시 일대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군은 비상대기에 들어갔고 경찰은 기습시위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미군과 경찰이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반미(反美) 반전(反戰)단체들의 기습시위.

경찰은 미군기지가 밀집한 의정부시에 3개 중대, 파주시와 평택시에 각각 1개 중대 등 경기도내 25개 미군기지와 주요 이동경로에 5개 중대와 6개 기동타격대를 투입해 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갔다.

긴장감은 미군클럽이 밀집한 동두천시 보산동 관광특구와 파주시 문산읍 등지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미군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더니 이번 주부터는 이곳을 찾는 미군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동두천시 보산동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김모씨(52)는 “혹시나 장기전으로 돌입하면 미군에 의존하는 지역경제에 타격이 올까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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