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국장의 ‘장수비결’…NYT “9·11테러 책임 안지고 승승장구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00분


부시 대통령(오른쪽)과 테닛  CIA국장.
부시 대통령(오른쪽)과 테닛 CIA국장.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 책임자를 매일 직접 만나야 해. 종이 보고서만으로는 안돼.”

지난해 초 조시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아버지로부터 은밀히 ‘대통령학’을 전수했다. 그 중 핵심은 바로 ‘스파이 조직’ 관리. 아들은 미 역사상 유일한 CIA국장 출신 대통령이었던 아버지의 충고를 100% 실천에 옮겼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일 오전 8시 집무실에서 30분간 조지 테닛 CIA국장을 만나는 것으로 공식 일과를 시작해 왔다. 이 브리핑에 때로는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도 배석한다.

CIA국장 브리핑이 끝나면 비로소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에게 기회가 돌아온다. 국방, 국무장관도 테닛 국장만큼 대통령을 자주 대면하지는 못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대통령과 CIA국장의 관계를 진단하면서 “CIA국장의 일일 브리핑은 ‘부시-테닛’조(組) 이전에는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심지어 빌 클린턴 행정부 때는 백악관 부근 잔디밭에 경비행기가 추락하자 “(너무 오래 대통령을 못 만난) CIA국장이 대통령 얼굴을 보고 싶어 돌진한 것 아니냐”는 농담이 회자될 정도였다는 것.

분위기도 여느 브리핑과는 다르다는 게 배석자들의 전언. 체니 부통령은 “대통령이 브리핑을 받으며 그렇게 친밀감을 지속적으로 표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사실 테닛 국장은 지난 1년여간 9·11 테러를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을 추궁하는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의 주 타깃이었다. 지난주에도 리처드 셀비 상원의원은 “테닛 국장이 책임을 지라”고 거듭 촉구했다. 9·11 테러를 막지 못한 책임 소재를 조사 중인 미 의회 상하원 합동위원회도 CIA국장의 권한을 삭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한결같이 고개를 흔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대통령과 맺은 깊은 유대 덕분인지 수천명의 시민이 숨진 테러 공격을 사전에 몰랐던 정보기관 총책임자가 계속 자리를 부지하는 것은 물론 영향력이 나날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은 “테닛 국장은 정보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근거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까지 제시한다”며 액션플랜까지 함께 제시하는 그의 업무스타일을 신뢰받는 이유로 꼽았다.

또 일부에서는 이론적인 수사(修辭)보다는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직선적인 부시 대통령의 성격과 ‘목 짧고 키 작은 뚱보’로 불리는 테닛 국장의 ‘결’이 맞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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