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서갱유 모면한 2200년전 죽간 2만점 발굴

  • 입력 2002년 7월 16일 19시 03분


양쯔(揚子)강 싼샤(三峽)댐 수몰 예정지역의 문화재 발굴 작업을 벌여온 중국이 최근 후난(湖南)성 서부의 룽산(龍山)현 리예(里耶) 고성(古城)에서 진(秦·기원전 221∼207)나라 때 제작된 죽간(竹簡) 2만여점을 포함한 선진(先秦)시대의 귀중한 문물을 찾아냈다고 15일 홍콩의 중국계 신문 문회보(文淮報)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후난성 고고연구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리예 유물은 5000년 중국 역사가 한 순간도 단절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백과전서와 같은 실록(實錄)으로서 고고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발굴”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신문은 “죽간 2만여점이 대거 출토된 것은 시안(西安)의 진시황 병마용(兵馬俑) 발굴 이후 최대의 고고학적 발견 중 하나”라면서 “이번 유물 발굴로 사기(史記)와 한서(漢書)에 기록되지 않은 2200년 전 진나라 시대의 역사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여만자(字)가 기록된 이 죽간들은 싼샤댐 건설 예정지인 후난성과 충칭(重慶)시 경계의 산악분지 2만㎡(약 6000평)에 대한 제방 착공을 앞두고 4월부터 진한(秦漢)시대의 리예 고성에 대한 유물 발굴 작업을 실시하던 중 지난달 4일 출토됐다. 현재까지 진나라 이전에 출토된 죽간은 2000여점에 불과하다.

발굴 관계자들은 진시황이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의약과 농업 등 실용 서적을 제외하고 수많은 유교 및 도교 관련 정치, 철학 서적을 태워버린 만큼 당시 분서를 피하기 위해 학자들이 숨겨둔 경전 원본들이 죽간에 대거 포함돼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죽간에는 토지매매, 재산상속, 호구조사, 판결문, 군량(軍糧), 우편, 산술(算術), 행정부서, 관직, 민족 문제 등에 관한 기록들도 들어있을 것으로 보여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실상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싼샤댐 완공을 앞두고 후난성과 충칭시, 쓰촨(四川)성 등 지방정부들은 수몰 예정지역을 대상으로 1080곳의 문물 매장 예상지역을 선정해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다.

발굴 관계자들은 “총 공사비 12억위안 이상이 드는 130만㎡의 문화재 발굴 대상지 중 현재 40만㎡에 대한 작업을 진행한 결과 3만여개의 문물이 출토됐다”면서 “발굴 시한인 연말까지 15만∼20만점의 문물을 찾아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죽간이란?▼

죽간(竹簡)이란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 중국에서 공문서로 가장 많이 사용된 대나무 널빤지로, ‘종이 이전의 종이’로 불린다.

죽간은 대나무를 마디별로 자른 뒤(세로 20∼25㎝) 다시 너비 2∼4㎝로 잘라서 사용했으며, 대개 세로로 한두 줄씩 기록했다. 죽간을 여러 개 합쳐 묶은 것을 책(冊)이라고 부른다.

죽간은 20세기 초 허난(河南)성 볜징(卞京)에서 유럽의 학술탐험대에 의해 한대(漢代)의 것이 처음 발견됐으며, 51년 이후 후난(湖南)성 등지에서 전국(戰國)시대의 죽간도 많이 발굴됐다. 죽간을 모방해 나무로 만든 것은 목간(木簡)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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