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더이상 세계경제 軸 아니다”

  • 입력 2002년 3월 25일 18시 14분


세계 증시를 선도해온 미국 주식시장의 견인차 역할이 점차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10여년 동안 세계 증시를 지배해온 미 증시가 3∼5년 내 유럽과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유럽과 이머징마켓으로 대거 자금이 빠져나가는 역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이머징마켓 부상론〓지난 1년간 이머징마켓의 모건스탠리 주가지수(MSCI) 상승률은 11.3%에 달한 반면 같은 기간 미 다우존스지수는 4.1% 상승에 머물렀다.

아시아의 대표적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한국의 경우 3월22일 현재 연초 대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 25.6%에 육박한 반면 미국의 평균주가(MSCI 기준)의 상승률은 같은 기간 0.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2000년 초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미 증시의 수익률 둔화 현상이 최근 엔론 사태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엔론 사태 이후 미국 기업들의 부실 회계와 실적 부풀리기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면서 미 증시에서 빠르게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제이 펠로스키 분석가는 “세계 증시는 미국의 주도 아래 움직이던 단일 시장 형태에서 미국 아시아 유럽 등 3개 시장이 중심이 돼 움직이는 삼각구도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증시 선두론〓그러나 일각에서는 미 증시가 투자수익률에서 쉽게 선두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미 증시 선두론자들은 9·11테러 이후 미 증시가 예상을 뒤엎고 빠른 상승세를 보인 것은 그만큼 미 증시의 안정성이 높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 기업들의 회계관행과 실적발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최근 2∼3개월 동안 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더 이상 유럽과 이머징 마켓이 미 증시를 추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JP모건의 제임스 글래스먼 수석분석가는 “미국 증시가 아직 고평가됐다는 점에서 세계 증시를 이끌어가기 힘들어 보인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세계 어느 시장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만큼 저평가돼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 시장으로부터 선두자리를 뺏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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