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패전일 각국표정]日 참배객 밀물…주변국 격렬 항의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42분


15일 일본에서는 정부 주최로 ‘전몰자 추도식’이 열렸으며 야스쿠니(靖國)신사에는 예년보다 많은 일반인과 각료, 국회의원이 참배했다.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일제의 침략을 당했던 아시아 각국에서는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반일시위가 벌어졌다.

▽야스쿠니신사〓구 일본군 복장을 한 노인과 우익단체 회원, 유족회원들로 경내는 종일 붐볐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였다. A급 전범 분사(分祀)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탓에 ‘영령 모독은 용서하지 않겠다’ ‘일본에는 순국자는 있어도 A급 전범은 없다’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역사왜곡 교과서 논란을 의식한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굴복하지 말라’ ‘한국과 중국의 편견은 주권침해’라는 격문도 많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8월 13일 참배에 대해 신사 내에서 만난 사람들은 “부당한 외압으로 앞당겨 참배한 것은 실망스럽지만 어쨌든 총리가 16년 만에 공식참배 했다”며 환영했다. 평소 극우 성향의 발언을 해온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東京都) 지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박수를 받으며 참배했다.

▽전몰자 추도식〓야스쿠니신사 인근 부도칸(武道館)에서는 천황 부처와 고이즈미 총리, 유족과 각계 대표 등 6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이 열렸다.

아키히토(明仁) 천황은 “이 자리에서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전진(戰陣)에 흩어져 전화(戰禍)에 쓰러진 사람들에게 전 국민과 함께 마음으로 추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추모대상은 당시 전사한 군인과 군속 등 230만명과 공습 등으로 숨진 일반인 80만명이다. 이 가운데는 재판을 통해 A급 전범으로 분류돼 처형된 14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항의 시위〓일본 ‘평화유족회 전국연락회’와 ‘재한 군인 군속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한국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원 등 500여명은 이날 도쿄 시내 이다바시(飯田橋)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야스쿠니신사 부근까지 행진을 벌였다.

중국 베이징(北京) 칭화대 학생 30여명은 이날 오전 일본대사관 부근에 모여 ‘타도 일본제국주의’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일본 정부에 대해 중국과 일제 치하에서 고통을 겪은 다른 아시아 국가 국민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일본대사관에 전했다.

홍콩의 전쟁배상협회도 이날 홍콩주재일본영사관 앞에서 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군사력 확대 중단을 요구했다. 또 전시의 잔학한 행위를 은폐한 역사 왜곡 교과서에 항의하는 동시에 전쟁범죄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촉구했다.

대만 타이베이(臺北) 시내에서는 ‘중국 통일연맹’ 회원들이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이 아직도 살아있다’ 등의 구호가 적힌 각종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일본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만 신당의 시에치타 의원은 “제2차 세계대전 중 3500만명의 중국 민간인과 350만명의 중국 군인이 숨졌다”고 주장하며 일본의 침략전쟁을 규탄했다.

베트남 노동총연맹이 발행하는 일간지 ‘라오동(노동)’은 이날 “일본 사회 내 상당 부류가 아직도 과거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싱가포르의 주요 일간지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일본의 군국주의적 과거를 호도하고 있으며 아시아 각국의 정서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쿄·베이징〓심규선·이종환특파원외신종합연합>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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