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01 에베레스트 국제 청소 원정대’ 활동보고를 위해 한국에 온 일본인 노구치 겐(野口建·27).
노구치씨가 대장인 이 원정대는 한국인 이상배(李相培·48·산악인)씨를 비롯해 아시아 5개국 44명으로 지난해 결성돼 올 4월 14일부터 한달여간 에베레스트산에 버려진 쓰레기 1.6t을 수거했다. 주로 산소통 텐트 배터리 등 등산용구였고 먹고 남은 음식물 등 생활쓰레기도 상당량이 됐다.
노구치씨가 에베레스트산을 청소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97년 뉴질랜드 등반대와 함께 에베레스트에 도전했을 때였다.
“뉴질랜드인 동료가 ‘일본인들은 경제는 일류일지 몰라도 산에서의 매너는 삼류’라고 하더군요. 돌아보니 곳곳에 일본 등반대원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한국산’ 쓰레기도 일본 것에 못지않았죠.”
노구치씨는 ‘세계 7대륙 최고봉 최연소 등정자’로 유명한 산악인. 89년 16세 때 유럽 몽블랑(4808m) 등정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각 대륙의 최고봉들을 정복했고 99년 마지막으로 에베레스트산에 올랐다. 그때 나이 26세.
아시아의 명산을 아시아인이 치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노구치씨는 앞으로 2년 더 에베레스트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겠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계속 버리기만 하고 치우지 않는다면 에베레스트산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 하치장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우려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