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국제청소원정대 노구치 겐 대장

  • 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39분


“신성한 ‘대지의 여신’(‘초모랑마’·티베트어로 에베레스트산을 가리킴)이 더럽혀져 있는 모습과 그것이 주로 한중일 아시아 3국 원정대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01 에베레스트 국제 청소 원정대’ 활동보고를 위해 한국에 온 일본인 노구치 겐(野口建·27).

노구치씨가 대장인 이 원정대는 한국인 이상배(李相培·48·산악인)씨를 비롯해 아시아 5개국 44명으로 지난해 결성돼 올 4월 14일부터 한달여간 에베레스트산에 버려진 쓰레기 1.6t을 수거했다. 주로 산소통 텐트 배터리 등 등산용구였고 먹고 남은 음식물 등 생활쓰레기도 상당량이 됐다.

노구치씨가 에베레스트산을 청소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97년 뉴질랜드 등반대와 함께 에베레스트에 도전했을 때였다.

“뉴질랜드인 동료가 ‘일본인들은 경제는 일류일지 몰라도 산에서의 매너는 삼류’라고 하더군요. 돌아보니 곳곳에 일본 등반대원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한국산’ 쓰레기도 일본 것에 못지않았죠.”

노구치씨는 ‘세계 7대륙 최고봉 최연소 등정자’로 유명한 산악인. 89년 16세 때 유럽 몽블랑(4808m) 등정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각 대륙의 최고봉들을 정복했고 99년 마지막으로 에베레스트산에 올랐다. 그때 나이 26세.

아시아의 명산을 아시아인이 치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노구치씨는 앞으로 2년 더 에베레스트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겠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계속 버리기만 하고 치우지 않는다면 에베레스트산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 하치장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우려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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