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티스출신 변호사 오히라씨 소년원생 대상 특강

  • 입력 2001년 4월 27일 18시 38분


방황과 역경을 딛고 일본 사법시험에 합격해 청소년 전문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는 일본인 오히라 미쓰요(大平光代·36·여)변호사가 ‘반짝’ 내한했다. 그는 27일 한국의 소년원생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히라 변호사는 이날 경기 의왕시 고봉정보통신중고교(옛 서울소년원)에서 500여명을 상대로 특별강연을 했다. 그는 한국의 소년보호 업무가 일본보다 훨씬 더 선진적이라고 생각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초청에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오히라 변호사는 이날 오후 강연을 끝낸 뒤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오후 4시 청와대에서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면담한 뒤 오후 6시경 귀국하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인터뷰는 소년원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뤄졌다.

오히라 변호사는 강연을 전부 한국말로 했다. 그는 “한국의 친구들을 친근하게 대하고 싶어 한국말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오전 3시에 일어나 강연원고를 읽어보고 차안에서도 가수 조성모의 CD를 들으며 한국어 발음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의 등에는 커다란 문신이 있다고 말했다. 두 마리의 뱀이 관음상을 휘감고 있는 모습이다. 16세 때 폭력조직 야쿠자 보스와 결혼할 때 새긴 것. 그는 변호사가 된 지금도 그 문신을 지우지 않고 있다.

“과거의 일은 전부 지울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 내가 저지른 일들은 그대로 평생 지고 살아가야죠. 그걸 등에 진 내가 이 세상에 도움이 될 일은 없을까 생각해요.” 물론 문신 그 자체는 아주 좋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다만 “자신이 겪은 숱한 고통과 역경이 바로 자신의 힘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는 것이다.

오히라 변호사는 65년 일본 효고(兵庫)현에서 태어났다. 79년 중학교 2학년 때 전학간 학교에서 ‘변소’ ‘쓰레기’라는 얘기를 들으며 집단따돌림을 당하다 할복 자살을 기도했다. 그후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가출해 불량청소년들과 어울리며 본드를 흡입하고 방황했다.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를 발로 차며 폭행했다.

81년 16세 때 야쿠자 보스와 결혼하면서 폭력조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2년여 뒤 이혼하고 룸살롱의 호스티스로 일했다.

88년 거래손님 접대차 룸살롱을 찾은 아버지 친구를 만났다. 그가 바로 자신을 구원해준 양아버지 오히라(大平)씨. “아버지도 가정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자란 불량소년이었죠. 10대 후반부터 빗나가 불량소년이 됐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사업을 일으켜 번창하고 새로운 삶을 얻었습니다.”

그는 새 삶을 결심하고 중학교 과정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 공인중개사와 사법서사(법무사) 시험에 이어 96년 사법고시까지 합격했다.

“내가 경험한 일들을 듣고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자살을 단념한다면, 비행(非行)은 후회뿐이라는 걸 깨달아준다면, 그래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있으면 하는 것이 저의 꿈이고 희망입니다.”

그는 “의사한테서 호스티스 시절의 폭음과 등에 새긴 문신으로 인한 피부호흡의 곤란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은 오래 살고 싶다”고 말했다. “오래 살아서 청소년들이 나와 같은 괴로움과 슬픔을 맛보지 않도록 대화하고 깨우쳐 주고 싶다”고 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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