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機 충돌]한국 "중립" 북한 "반미" 일본 "中경계"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59분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공중 충돌사건 이후 한국 일본 북한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동북아 국가들이 자국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3일 분석했다.

일본은 중국의 대국화(大國化)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고 북한은 미국의 첩보활동을 강력히 비난하는가 하면 한국은 다소 객관적인 시각의 분석을 내고 있다는 것.

이번 사건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북한. 중국의 전통적인 우방국답게 미국을 치고, 중국을 거드는 예상된 반응을 보였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사건 직후 논평을 통해 "미 제국주의자들이 3월 북한에 대해서도 180여건의 공중 첩보활동을 벌였으며 한국 등 해외 미군기지에 배치된 수많은 전략 및 전술 정찰기가 첩보활동에 동원되고 있다"며 미국을 강력히 비난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북한은 또 "미국의 대(對)북한 공중 첩보활동은 미국의 현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북한에 대해 보다 강경한 정책을 요구한 이후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중국의 국방비 증가추세와 군사적 위협을 두려워하면서도 미 핵잠수함과 일본 고교 실습선의 충돌, 원자력잠수함의 예고없는 입항 등으로 최근 미국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고 있어 다소 미묘한 상황에 처해있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사건이 중국의 공격적 성향을 보여준 것이며 이에 대한 경계를 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극우 정치인들은 일본의 헌법을 개정해 외부 위협으로부터 일본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내 반미감정을 반영하듯 미국과의 안보조약과 4만7000명의 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놓고 활발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교토(京都)대의 지역문제 전문가인 나카니시 테루마사 교수는 "일본내에는 지금 중국이 점점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으며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여전히 중요하기는 하지만 일본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이나 북한과 같은 감정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중국은 이번 사건을 통해 대만에 첨단 무기를 판매하지 말라고 미국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라며 분석적인 시각으로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동북아 지역의 여러 복합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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